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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양자회담서 안보 문제 다뤄져야’


미국은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미-북 양자대화에서 북한의 안보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미국의 한 북한 전문가가 말했습니다. 이 전문가는 또 북한은 자국의 핵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하는 어떠한 북 핵 해결 방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미정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미국은 앞으로 열릴 전망인 북한과의 양자회담에서 북한의 안보 문제를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인 조지아대학 박한식 교수가 말했습니다.

“우선 북한의 안보 문제를 덮어두고 핵무기부터 먼저 포기하라면 절대 포기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것을 포기시키려 한다면 안보 문제를 토론의 대상으로 해서 그것부터 먼저 짚고 가야지요.”

박한식 교수는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은 아직까지 미국과 전쟁 상태에 있고, 한국에는 미군이 주둔해 있어 안보에 큰 위협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북한은 핵 문제를 자국의 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북 핵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 이른바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일괄타결 방안은 북한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방안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의 핵심 부분을 폐기하면, 동시에 북한에 확실한 안전보장과 국제 지원을 본격화 한다는 것입니다.

“핵 포기를 먼저 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면 (북한은) 절대 수용할 수 없지요. 이북은 핵무기 포기하면 금방 다시 만들 수 없잖아요? 다 파괴하고 포기시키고 하면. 그런데 준다고 하는 것은 준다고 했다가 안 주려고 하루아침에 바꿀 수도 있는 데 그렇게 확실성이 없는 협상(deal)을 북한이 하려고 합니까?”

박한식 교수는 지금까지 북한을 50차례 가까이 방문했으며, 지난 3월 북한이 미국인 여기자 2명을 억류한 이후에도 두 차례 방북해 여기자들의 석방과 관련한 조건 등에 대해 북한 측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무부 한국과장 출신으로,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수행해 방북했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스탠포드대학 한국학연구소 부소장도, 그랜드 바겐은 북한의 핵 포기를 조건으로 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미국 정부가 제시해 온 포괄적 패키지와 차이점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미국과 한국은 모두 북한에 평화조약 체결과, 미-북 관계 정상화, 상당량의 경제, 에너지를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이는 모두 핵 프로그램 폐기에 대한 북한의 협조를 조건으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는 6자회담 이전에 북한과 양자회담을 갖는 것에 대해, 양자회담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오바마 행정부는 이 점에서 일관된 입장을 취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6자회담이 1차적이고 본격적인 협상의 장이며,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양자회담 등 모든 종류의 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는 것입니다.

스트로브 부소장은 따라서 현재 미국 내 논의의 초점은 양자회담과 6자회담의 선후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입장을 설명하고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보즈워스 대북 특사의 방북 등 미-북 간 양자대화를 단 한번으로 할 것인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박한식 교수는 북한은 양자회담이 선행되지 않으면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과의 양자회담은 북한에 큰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습니다.

“6자회담은 부시가 북한을 악마적인 존재로 간주하고 북한과는 같이 앉아서 대화할 수 없다는 것으로, 그 개념 자체는 북한을 모독하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6자회담에는 응하지 않지만, 양자를 병행시켜준다 하면 응할 수도 있어요. 왜냐하면 양자한다는 것은 악마적인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기 때문에…..”

박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과 북한은 핵 문제 해결의 진정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양자와 다자회담을 포함해 많은 대화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미 대화는 양자대화도 하고 다자회담도 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꾸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자회담은 굳이 6자회담 만이 아닐 수도 있어요. 6자회담도 포함시켜서 5자 7자, 8자도 될 수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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