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년 만에 개정된 북한 헌법에 ‘공산주의’ 라는 단어가 빠지고 ‘선군사상’이 처음 명기됐고, 국방위원회 기능이 대폭 강화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의 선전 포스터도 처음 확인돼 후계 세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지난 4월 개정한 헌법 전문을 입수해 현재 분석 중이라고 25일 밝혔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이번에 개정된 제 9차 개정 헌법을 입수해서 분석 중에 있습니다.”
최근 한국 내 일부 언론들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11년 만에 개정된 북한의 새 헌법에 ‘공산주의’라는 단어가 빠지고 처음으로 ‘선군사상’이 명기돼 있으며, 국방위원장이 국가사업 전반을 지도하고 국방위원회는 국가의 중요 정책을 입안한다는 등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도했었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헌법 전문의 공개 여부는 분석이 마무리된 뒤 결정하겠다”며 “다만 이미 보도된 내용과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것이 기본적으로 같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새 헌법이 선군사상 강조와 함께 국방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 전문가들은 하지만 공산주의라는 말이 삭제된 것에는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박사는 ‘90년대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되면서 공산주의 보다는 강성대국이 새로운 국가 목표로 제시돼 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액트] “현실적으로 공산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다 붕괴한 상황에서 이제는 오히려 좀 구체적이고 인민들에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 뭐냐 했는데 공산주의 보다는 오히려 강성대국이 적절한 목표가 아니냐라는 차원에서 이미 ‘98년도부터 북한에서 공산주의라는 얘기를 안 써 왔어요.”
또 “최종 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고 규정한 노동당 규약이 그대로 있기 때문에 이번 헌법 개정을 공산주의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선군사상이 처음 명기된 점, 그리고 국방위원회의 위상 강화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 헌법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를 제도적으로 완성하고 또 김 위원장 체제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선군정치는 김 위원장의 통치방식을 이념적으로 부각시키고 완성한 형태”라며 “헌법에 이를 명기한 것은 김 위원장 체제가 견고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국방위원회의 위상 강화가 새 헌법에 포함된 것과 관련해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이기동 박사는 지난 10년 간 국가업무 전반을 실질적으로 총괄했던 국방위원회 역할을 명문화, 제도화한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국방위원회가 국방 군사 분야에만 관여하는 게 아니고 전반적인 국가업무를 장악, 관장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그렇게 해왔다는 거죠. 그래서 이번 헌법 개정을 수정 보충을 통해서 지난 10년 동안 변화된 것을 헌법에 명문화 했다 시켰다 이렇게 보면 되고…”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국방위원회가 국가관리의 중추기관으로서 권력의 한 가운데서 후계구도까지 주도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위원회가 노동당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당에 의한 영도를 기본원칙으로 하는 북한의 권력구조를 감안할 때 국방위원회로 권력이 집중될 것이라는 의견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정책은 당이 결정을 하고 국가기구는 그것을 집행하는 것으로 설명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국방위원회가 주요 정책을 입안한다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은 전 많지 않다고 봅니다.”
한편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을 선전하는 포스터가 처음으로 확인돼 북한 내 후계 세습 작업이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타이완의 사진작가 후앙한밍 씨가 지난 22일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북한 포스터 사진에는 “장군복, 대장복 누리는 우리 민족의 영광, 만경대 혈통, 백두의 혈통을 이은 청년대장 김정은 동지”라는 문구와 함께 김 씨에 대한 노래로 알려진 ‘발걸음’의 가사가 적혀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김정운으로 알려졌던 김 위원장 셋째 아들의 이름이 포스터에는 김정은으로 명기돼 있습니다.
후앙한밍 씨는 최근 북한 원산을 방문해 이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그동안 사실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됐던 김 위원장 후계 체제 작업설이 이번 포스터로 확인이 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김정운 찬양 포스터 확보로 인해서 북한 내부에서 김정운 후계체계 수립이 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게 확인되었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24일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이름이 김정은이라는 첩보를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다”며 “다만 북한이 확인해 주는 사항도 아니고 이 문제가 중요한 사항이 아니어서 발표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