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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김정일 다자회담 발언, 의도 판단 일러'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핵화 논의를 위한 양자 및 다자회담에 참가할 의사를 밝히면서 앞으로 북 핵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을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원한다는 또 한 번의 신호로 평가하면서, 아직 북한의 의도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북한이 올해 6자회담 거부 이후 처음으로 다자회담에 참가할 뜻이 있음을 밝히면서, 앞으로 북 핵 대화 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6자회담의 나머지 당사국들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계속 촉구하고 있고, 특히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돌입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이는 어디까지나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했던 데이비드 스트로브 전 국무부 한국과장은 북한의 태도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김 위원장의 발언이 6자회담에 복귀할 준비가 됐거나 적어도 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면 좋겠지만 아직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는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과의 대화가 아니라 결국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인데, 김 위원장의 발언으로 이를 판단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핵을 포기할 가능성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오랜 기간에 걸쳐 개발한 핵무기를 가까운 장래에 포기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압박과 보상을 동시에 제공해 북한을 설득하는 외교적 방법이 최선이며, 그런 측면에서 오바마 행정부는 훌륭하게 대북정책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트로브 전 과장은 미국과 북한의 양자회담이 열리더라도,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핵무기를 포기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히기 전까지는 ‘포괄적인 보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미첼 리스 씨도 북한이 실제로 비핵화 회담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지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김 위원장이 대화 의사를 밝혔지만 이는 나머지 당사국들이 원하는 의제를 갖고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르다면서, 북한의 의도는 미-북 간 양자회담을 연 후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다자회담을 언급한 배경에 대해, 리스 전 실장은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면서도,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은 양자회담을 승인하고 북한은 다자회담에 대해서도 유연성을 보이기로 사전에 양측의 이해가 있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욕의 민간단체인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다자회담을 언급했지만, 중요한 것은 미-북 간 양자회담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걸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의 다자회담 발언은 일단 좋은 것이지만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면서, 중요한 것은 다자회담이 어떠한 형태가 됐든 그 안에서 미국과 북한이 진지한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걸 박사는 이어 미국은 이미 북한과 양자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이고 북한도 예상보다 빨리 다자회담에 임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면서, 앞으로 몇 달 안에, 또는 그 보다 더 빠른 시점에도 6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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