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만나 금강산 관광 재개를 포함한 5개항 합의를 끌어낸 지 한 달이 다 돼 갑니다. 하지만 남북 양측의 당국간 협의 조짐이 보이지 않아 경영난에 허덕이는 현대아산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평양을 찾아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 간 현안 5개항에 합의를 본 지 거의 한 달이 다 됐습니다.
현 회장은 당시 체류일정을 여러 차례 연장하면서 7박8일 동안 북한에 머물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지난 달 16일 면담을 가졌고, 이어 17일 한국으로 돌아와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와 합의한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와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을 발표했습니다.
때문에 1년 넘게 중단돼 현대아산을 극심한 경영난으로 몰아넣었던 금강산 관광의 재개가 곧 현실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북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간 협의 움직임이 전혀 없어 현대아산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현대아산 이제희 차장은 14일 현 회장이 북한과 합의사항을 발표한 직후 하루 5백통 정도 걸려왔던 금강산 관광 문의도 뜸해졌다고 전했습니다.
“미리 예약하신 분들은 당연히 관심을 갖고 계시기 때문에 그 때 회장님 다녀 오시고 나서 발표하셨던 내용을 갖고 문의가 있었는데 지금 현재는 결과적으로 지금 현재 진행되는 상황이 없다 보니까 다녀오신 다음에 바로 연락하셨던 분들 숫자는 그다지 활성화돼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한국 정부는 관광 재개를 위한 당국간 협의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북한 측이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신변안전 보장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사과 표명은 협의의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이 부분에 대해선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북한이 잘못했다, 미안하다 하는 사과를 해야 재개를 할 수 있다 이런 입장은 아니었구요, 보다 포괄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진상규명 그 안에 여러 가지가 포함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차원으로 말씀을 드렸던 거고 사과가 전제조건으로 있지는 않아요.”
한국 정부는 관광 재개를 위한 이런 전제조건들이 협의 과정에서 논의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당국간 협의의 재개 자체를 가로막는 걸림돌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한국 정부가 선뜻 북한 당국과 대화의 장을 만들지 못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남북관계를 둘러싼 유동적인 대내외 환경입니다.
따라서 당국간 대화를 한국 측이 먼저 제의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지만 북 핵 문제를 둘러싼 미-북 관계의 동향, 임진강 사태 등 안팎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당국간 대화가 이뤄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게 한국 정부의 설명입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우리끼리 내부적으로 정해서 이런 순서로 하면 되겠다, 라고 입장을 정리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상황, 지금 북-미 대화 움직임, 핵 문제 등 여러 가지를 보고 남북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이다라는 데 대한 전체적 방향을 정해야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지금 서둘러서 하루 이틀 사이에 빨리 정리해야 된다 이런 상황은 아니라는 거죠.”
현대아산에선 또 북한의 댐 무단 방류로 최근 빚어진 임진강 참사가 현 회장 방북 이후 나타났던 남북관계의 개선 조짐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현 회장 방북 기간인 8월13일 억류 근로자 현대아산 유성진 씨를 석방한 데 이어 12.1 조치의 해제, 800 연안호 선원 송환 등 유화 조치를 잇따라 펴왔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14일 개성공단 지역으로의 경의선 육로 통행 동의를 평소보다 1시간 늦게 한국 측에 통보해왔습니다. 금강산 지역으로 출경하는 동해선 육로는 10분 정도 지연됐습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에서 군 통신채널을 통해 구두로 통행 동의를 해왔다”며 “기술적인 문제로 통행 동의가 늦어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개성공단 관련 현안의 하나인 군 통신선 현대화 문제를 부각시켜 당국간 대화의 시급성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도 군 통신선의 노후화로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 통행 출입업무에 여러 차례 문제가 생겨 남북한은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7년 말 한국이 북측에 각종 장비 등을 제공해 군 통신선을 광케이블로 바꾼다는 대강의 합의를 본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