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이달 말부터 본토 밖에서는 처음으로 위안화 표기 국채를 홍콩에서 판매할 계획입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새로운 국제 기축통화로 육성하기 위해 국제시장에서 위안화 사용을 늘리려 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이달 말부터 홍콩에서 중국 위안화 국채가 판매된다고요.
답) 네. 오는 28일부터 홍콩에서 개인 투자자들과 금융기관들이 중국 정부가 발행하고 위안화로 가격이 표시된 채권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번에 발행되는 채권의 규모는 60억 위안, 약 8억 7천 6백만 달러라고 중국 재정부는 밝혔습니다.
문) 국채가 무엇인지 청취자들에게 설명을 해주시죠.
답) 예. 국채는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인데요. 채권은 일종의 차용증서와 같아서 돈을 빌리면서 정해진 이자와 원금을 언제까지 상환한다는 조건에 따라 작성된 증서를 말합니다. 만일 홍콩의 투자자가 중국 국채를 구입하면, 곧 중국 정부에 돈을 얼마 빌려주고 언제까지 이자와 원금 얼마를 돌려 받는다는 개념인 것입니다.
문) 중국 정부가 본토 밖에서 국채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겁니까?
답) 홍콩은 중국 영토의 일부이지만 자체적인 통화와 금융 규제 체계를 가진 독립적인 경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홍콩달러로 불리는 화폐를 따로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안화 가치가 표시된 채권을 홍콩에서 파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사용을 확대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홍콩은 지난 1980년대부터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였는데요. 최근에는 중국 회사들이 외국 투자자들과 접촉하고 거래하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문) 중국 정부도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죠?
답) 중국 재정부는 홍콩에서 60억 위안 규모의 국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번 조치는 홍콩 채권시장의 깊이와 폭을 확대하고 홍콩을 국제적 재무 중심지로 강화하는데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정부는 또 홍콩에서의 국채 발행이 위안화 사용을 돕고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한편, 본토 투자자들에게 가격기준을 마련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문) 중국 정부가 국제 금융시장에서 위안화 사용 확대를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이 언제부터입니까?
답) 중국 경제의 총사령탑인 원자바오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일인 지난 3월 13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달러화 약세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나타냈습니다. 중국은 현재 2조 1백억 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하지만 달러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환보유고의 절대 규모도 축소됐다는 것이 원 총리의 지적입니다. 원 총리의 우려 표명 이후 중국 정부는 자국 화폐인 위안화를 해외에 널리 통용시키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문) 기축통화라고 해서, 국가 간 결제에는 미국 달러화가 보통 쓰이는데 이를 위안화로 대체하겠다는 것이군요.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가 취한 조치들이 또 어떤 것이 있나요?
답) 지난 7월 시작된 위안화 무역결제 시범사업이 있습니다. 국가 간 무역 거래에서는 통상 미국 달러화로 결제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중국은 본토의 상하이와 광동성 4개 시, 광저우, 선전, 둥관, 주차이 등의 기업들이 홍콩과 마카오 소재 기업과 무역 거래를 할 경우 중국 위안화로 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문) 역시 중국 본토와 밀접한 연관은 있지만 독자적인 금융 경제 체계를 가진 홍콩, 마카오 등이 동원됐군요.
답) 예. 무역결제 시범실시 이후 시범지구의 위안화 거래가 급증하고, 위안화의 국제결제 통화로서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결제 실적이 저조했습니다. 중국에서 발행되는 한 신문에 따르면 위안화 무역결제가 시작된 지 한달 간 결제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특히 상하이를 통해 이뤄진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올 상반기 월 평균 수출액의 0.00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위안화 결제 실적이 이처럼 저조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답) 예. 미국 달러화에 비해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빈도가 크게 낮고, 결제의 편리성이 떨어지는데다, 환율이 변할 경우 피해 위험이 크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외국 기업들은 위안화 사용에 대한 신뢰가 낮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문) 위안화의 국제화 속도가 기대 보다 느린데, 중국 정부가 추가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는지요.
답) 중국 국무원은 위안화를 국제적인 기축통화로 육성하기 위해 전략사업단을 발족하기로 하고 그 책임자로 인민은행 부행장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이 사업단에는 인민은행, 재정부, 상무부, 은행감독관리위원회, 국세총국, 해관총국 등 6개 경제 관련 주요 기구들의 간부들이 참여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문) 중국 정부가 위안화 무역결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본토 밖에서 위안화 국채도 발행하면서 앞으로 예상되는 조치들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답)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국제 사용을 늘리려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중국은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에 대한 교환 비율을 고정해 놓는 고정환율제를 지난 2005년 폐지했지만, 국제 금융위기 발발 이후 최근 12개월 간 환율을 좁은 범위에서만 움직이게 했습니다. 홍콩 다이와연구소의 케빈 라이 연구원입니다.
라이 연구원은 "위안화 국채 발행 이후 중국 정부는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위안화 유동성을 늘려야 할 것이고, 이는 결국 위안화 국제화로 나아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라이 연구원은 위안화는 언젠가는 완전히 자유로운 변동환율제를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조은정 기자와 함께 위안화를 국제적인 통화로 만들기 위한 중국 정부의 조치들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