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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김정일 위원장, 정치적 입지 불안 - 미 전문가들 분석


지난 해 북한 정권 수립60주년 기념일 행사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불참하면서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후계 문제가 불거진 지 1년이 됐습니다. 미국 전문가들은 현재 김정일 위원장이 건강을 회복해 북한 정권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김 위원장이 정치적 입지 재구축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연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 1년 전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을 때보다 확실히 나아졌고 정권도 안정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후계 작업을 지지하는 북한의 국내 선전활동이 최근 크게 줄어든 것도 당장은 후계 문제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미군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외국지도부 연구 담당 국장입니다.

켄 고스 국장은 북한 정권이 혼란에 빠져있다면 미국인 여기자 석방과 남북 이산가족 상봉 합의 등 최근 북한이 잇따라 내놓고 있는 유화적 조치들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김 위원장이 건강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민간 연구기관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는 밝혔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최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현정은 한국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이후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기 위해 현지지도 회수를 크게 늘리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김 위원장의 건강을 위협하는 행보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베넷 박사는 현재 북한 권력층 안에서 김정일 위원장의 사후 권력구도를 놓고 치열한 물밑경쟁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이 과정에서 군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주 유엔 안보리에 서한을 보내 플루토늄의 무기화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선언한 것도 대외 유화적 조치에 대한 군부의 우려에 부응한 것으로 베넷 박사는 풀이했습니다.

미 의회 산하 의회조사국의 래리 닉쉬 박사는 지난 해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악화된 직후 군부가 정책결정 과정을 장악한 뒤 아직까지 김 위원장이 이를 완전히 되찾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특히 핵 문제를 비롯한 안보 사안과 관련해서는 군부가 완전한 권한 이양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닉쉬 박사는 북한이 지난 주 유엔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도 앞으로 핵 협상에서 군부의 입장이 주로 반영될 것임이 드러났다며,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와 협상할 당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게 이 같은 변화를 이미 경고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정치적 입지를 다시 굳건히 할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대외 협상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시한 채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평양으로 오게 하는 등 강력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는데 성공했지만, 앞으로도 대외관계에서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겁니다.

특히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이끌어 내고 한국의 이명박 정부로부터 대북정책의 변화를 유도해 낸다면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의 치적으로 높이 평가될 것이라고 베넷 박사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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