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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노동절 역사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지난 9월 7일은 미국에서 ‘Labor Day’, 즉 ‘노동절’ 휴일이었습니다. 이 노동절은 나라에서 지정한 연방 공휴일이라 미국 국민들이 모두 쉬는 날인데요? 좀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이 노동절 얘기를 좀 해볼까요? 미국인들이 처음으로 이 노동절을 기념한 것은 지난 19세기 말이죠?

(답) 네, 원래 이 Labor Day는 1870년대에 캐나다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미국 노동운동의 초기 지도자 중에 하나인 피터 멕과이어가 캐나다에서 이 노동절이 열리는 것을 목격하고, 1882년 뉴욕 시에서 첫번째 노동절 행사를 열게 됩니다.

(문) 첫번째 노동절은 1882년 9월 5일에 열리는데, 자료를 보니까 최초의 노동절 행사는 하루 12시간씩, 휴일없이 7일을 일하는 열악한 근로조건에 항의하기 위한 가두시위였다고 하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일주일 내내 직장에 나와서 하루 12시간 근무를 한다고 하면, 지금으로서는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런 환경인데요, 어쨌든 당시 약 만 명의 노동자가 뉴욕 시 거리를 행진하면서 이런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라는 시위를 했다고 하는군요.

(문) 그런데 연방정부에서 이 노동절을 휴일로 지정하게 되는 시기는 한참 지나서였죠?

(답) 네, 주정부 중에서는 오레건 주가 처음으로 1887년에 노동절을 휴일로 지정했는데요, 연방정부가 나서는 것은 1894년에 와섭니다. 연방의회는 1894년 6월, 노동절을 휴일로 지정하게 되죠.

(문) 그런데 연방정부가 노동절을 인정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다면서요?

(답) 그렇습니다. 당시 유럽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가혹한 노동조건에 항의하는 근로자들의 파업이 자주 발생했는데요, 그런데 1894년에 미국 정부가 노동절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바로 시카고에서 발생한 풀만 파업 사건이죠.

(문) 풀만 파업 사건은 풀만 철도 회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일으킨 사건이죠?

(답) 그렇습니다. 당시 풀만 철도회사의 근로자들은 회사가 자신들의 임금을 깍은 것에 항의해서 파업을 시작했는데요, 연방정부에서 이 파업에 개입하면서부터 문제가 생기죠.

(문) 이 파업을 진압하기 위해서 당시 글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이 육군을 투입하면서 문제가 더욱 커진거구요?

(답) 네, 지금같으면 미국에서 파업 현장에 군대를 투입한다는 것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인데요, 당시만 해도 그런 일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파업 현장에 투입된 군대와 노동자 사이에 충돌이 나서, 노동자 13명이 목숨을 잃게 되죠.

(문) 그렇다면 당시 미국 정부는 풀만 파업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희생돼, 화가 잔뜩 나있던 노동계를 달랠 필요가 있었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풀만 파업이 진압된 뒤 한 달 후에 연방의회가 전격적으로 이 노동절을 국가 휴일로 지정해 버리죠. 이렇게 급하게 노동절을 휴일로 삼은 조치는 아마도 노동자들을 달래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문) 그런데 다른 나라들에서는 메이 데이라고 해서, 보통 5월 1일을 노동절로 삼고 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의 청취자들은 이 메이 데이가 어떤 날인지 잘 아실텐데요, 그래도 설명을 드려 볼까요? 이 메이 데이는 사회주의 전통이 깊은 유럽에서 만들어진 날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메이 데이가 만들어진 계기가 된 사건은 사실 미국에서 일어났습니다. 1884년에,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하던 ‘무역과 노동조합연합’이란 단체가요, 정부와 사용자 측에, 1886년 5월 1일까지 하루 8시간 노동을 표준 근로 조건으로 확립하라는 주장을 합니다. 이 단체는 만일 1886년 5월 1일까지, 이 8시간 노동 조건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이날 전국적으로 파업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놨죠.

(문) 물론, 이날 미국 전역에서도 파업은 벌어졌겠죠?

(답) 그렇습니다. 공업도시를 중심으로 미 전역에서 파업이 난 가운데, 특히나 시카고에서 파업이 격렬하게 진행됐는데요, 이 와중에 6명의 노동자가 사망했습니다. 특히나 희생자가 난 것을 항의하기 위한 집회가 열린 시카고 시 헤이마켓 지역에서 원인이 불분명한 폭탄이 터져서 경찰도 1명이 목숨을 잃게 되죠.

(문) 국제 노동운동사에서 유명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는 이른바 ‘헤이마켓’ 사건인데요, 이 사건이 일어나자 미국 정부는 이 지역 노동운동을 가혹하게 탄압하게 되죠?

(답) 그렇습니다. 그 결과 경찰이 사망하는데 연루됐다는 혐의가 씌워진 노동운동가들이 처형됩니다. 그런데 1889년 유럽의 벨기에서는 전세계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제 2차 인터내셔널이 열리는데요, 이 자리에서 1886년 5월 1일에, 8시간 노동을 얻기 위해 싸웠던 미국의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자는 의미로 이 5월 1일이 국제노동절로 정해지게 된거죠.

(문) 하지만 미국인들은 사회주의 냄새가 많이 난다는 이유로 5월 1일을 노동절로 삼기를 거부했죠?

(답) 그렇습니다. 지금도 사회주의란 말만 들어도 펄쩍 뛰는 미국인들, 사회주의자들의 모임인 제2차 인터내셔널이 제정한 5월 1일을 노동절로 삼기는 싫었겠죠?

(문) 미국은 9월의 첫번째 월요일을 노동절로 삼아 이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이날은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싸웠던 노동자들의 노력과 희생을 기억하자는 의미로 출발한 날인데, 요즘은 그런 의미보다는 추수감사절이나 성탄절처럼 가족이나 친지들이 모여 즐기는 휴일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죠?

(답) 그렇습니다. 미국에서는 대개 이날을 맞아 학생들의 여름방학이 끝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날은 보통 여름휴가 기간의 끝으로 여겨지고 있죠? 그래서 미국인들은 이 날, 노동자의 권리를 생각하기 보다는, 조금 들떴던 여름 휴가기간을 마무리하고, 이 날을 집에서 재충전하는 시간으로 보내게 됩니다.

9월의 첫번째 월요일이던, 5월 1일이던 양대 노동절이 모두 미국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그 계기가 된거군요? 그렇다면, 미국도 과거에는 유럽 못지 않게 노동운동이 치열했던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노조가입률이 10%대에 머물고 있는 미국의 현실이 과거 역사와는 크게 비교가 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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