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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사과 표명 없을 땐 남북 관계 악화될 것


북한의 임진강 수계 댐 방류로 한국 민간인들의 인명피해가 나면서 한국에선 댐 방류의 고의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또 북측이 일부러 방류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북측의 성의 있는 답변과 사과 표명이 없을 경우 최근 대화 재개의 조짐을 보였던 남북관계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임진강 상류 댐의 대규모 방류가 한국 민간인들의 사망으로 이어지면서 이 사태가 앞으로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북한측의 댐 방류가 어떤 정치적 의도하에이뤄진 고의 방류였는지 아니면 기술적 차원의 조치였거나 단순 사고였는지 여부가 경우에 따라선 남북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아직은 북측의 고의 방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관련 부처들이 진상 파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과 북측의 의도를 놓고 엇갈린 분석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댐 방류가 최근 북측이 유화 제스처를 보인 데 대해 한국측이 ‘근본적 변화가 아닌 전술적 변화’로 규정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인 데 따른 대남 압박용으로 보고 있습니다.

댐의 수문관리에 관여하고 있는 북한 군부가 최근 북한 조문단 청와대 예방 등 일련의 대남 유화조치들에 대해 불만을 품고 이 일을 주도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댐 방류를 계기로 남북간 협력의 불가피성을 부각시키면서 한국측으로 하여금 그동안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당국간 회담을 먼저 제의토록 유도하려는 의도도 복합적으로 깔려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 백승주 박사] “어쨌든 북한이 물로써 남측에 피해를 만든 것은 한편으론 남북간 여러 경제협력의 필요를 만드는 부분도 있고 한국 사회에 대해서 북한과 사이좋게 안 지내면 언제든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협박성 의도도 있다고 이렇게 봐야죠”

반면 이번 사태가 기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습니다. 만일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과 북한 조문단의 청와대 예방 이후 12.1 조치의 원상회복 등 북측의 잇따른 조치와 배치되기 때문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와 관련해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박사는 “그동안 임진강 수계 댐에서 북측이 한국측에 통보 없이 방류한 적이 수차례 있었다”며 “북측이 이번 방류로 한국측에 어떤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하고 벌인 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게 충분히 우리 쪽 시스템으로 막을 수 있고 대응할 수 있는 것으로 기존에 다 돼 있었던 거에요, 그런 상태에서 북한이 자기들이 흘려 보낸다고 해서 일시적으로 혼란을 주고 남쪽에 피해가 일어날 거고 이런 생각은 북한이 안했을 거라는 거죠”

일부에선 이번에 방류한 댐으로 추정되고 있는 북한 황강댐의 경우 지난 2007년 10월부터 예성강으로 돌리는 유역변경식 댐으로 전환되면서 담수에 들어갔기 때문에 방류를 하려면 예성강 쪽 수문을 열었어야 했지만 기술적 오류로 임진강쪽 수문을 열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야 어떻든 간에 적지 않은 인명피해를 불렀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은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7일 한국 정부가 북측에 보낸 전화통지문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어떤 식으로 나오느냐가 관건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사과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에 북측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한국 국민들의 대북 여론이 나빠져 최근 가능성이 점쳐져 왔던 남북 당국간 대화는 커녕 이전의 경색국면 보다 남북관계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관측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되면 설령 북측이 남북당국간 대화를 끌어내기 위해 고의 방류를 했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남북간 불신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을 감안하면 북한으로서도 잃는 게 더 많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 “그런 무모한 행동을 통해서 결국 협상 이끌어 봐야 처음부터 불신이 팽배한 상태에서 시작하면 결국 북측에도 이로울 것이 없겠죠, 그래서 남북간 불신상태에서 남북에 미칠 수 있는 사건이 터지면 결국 남북간 모두에게 손해가 된다 이런 측면을 남북이 모두 상기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하지만 한국 정부가 대북 전통문을 통해 요청한 사건 경위에 대한 상세 설명 그리고 재발방지책 마련 등에 대해 북측이 성의 있는 태도로 나올 경우 남북관계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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