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미국을 비롯해서 한국에서도 가끔 발생하는 범죄가 바로 유괴입니다. 어느 범죄나 다 비윤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특히 이 유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중한 벌을 받게 되는 죄목이죠?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11살에 유괴돼, 18년 동안 감금 생활을 하다가 탈출한 사람이 있어서 화제가 되고 있죠?
(답) 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29살의 제이시 리 듀가드 씨입니다. 듀가드 씨는 11살이었던 지난 1991년 6월 학교에 가던 길에 유괴됐다가, 최근 풀려나 가족 품으로 돌아 왔습니다.
(문) 듀가드 씨를 납치해 18년 동안 감금했던 사람은 부부죠? 필립 가리도와 그의 부인 낸시인데요, 이 두 사람은 듀가드 씨를 납치해 집 뒷마당에 세운 오두막에 듀가드를 살게 했다는군요.
(답) 그뿐만이 아닙니다. 납치된 듀가드 씨는 납치범인 가리도와의 사이에 올해 15살 그리고 11살 아이를 뒀다고 합니다.
(문) 그런데 18년 동안 납치범의 아이를 둘씩이나 낳고 살면서, 듀가드 씨는 왜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을까요?
(답) 네, 바로 그 점이 이번 듀가드 씨 사건에서 사람들이 제일 궁금해 하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보도를 보면 듀가드 씨는 18년 동안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는 납치범인 가리도가 운영하는 인쇄 공장에서 일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웃 사람들에게는 자기 이름이 앨리사고 자신은 가리도의 딸이라고 밝혔다고 하네요. 그런데 진행자께서는 혹시 스톡홀름 신드롬 즉 스톡홀름 증후군이란 말을 들어 보셨나요?
(문) 스톡홀름 신드롬이라고 하면 납치된 사람이 납치범에게 심리적으로 동조하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현상을 말하죠?
(답) 그렇습니다. 이 스톡홀름 신드롬이란 말이 나오게 된 경위를 잠시 설명드릴까요? 지난 1973년 8월에 스웨덴 스톡홀름 시에 있는 한 은행에 강도가 들어서, 강도들이 은행원 네 명을 붙잡고 엿새 동안 인질극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인질극이 끝나고, 인질들이 풀려나면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바로 6일 동안 인질로 붙잡혀 있던 사람들이 은행을 나오면서 납치범을 포옹하고 입맞춤을 하고요, 밖에 나와서는 납치범들을 옹호하는 말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문) 보통 사람들은 인질로 잡혔다 나오게 되면 납치범들에 대해 적개심을 가지거나 아니면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참 특이한 현상이군요?
(답) 그렇죠? 그래서 당시 스웨덴 언론들이 이런 현상을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부르면서, 이 말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죠. 이외에도 유럽의 오스트리아에서 이와 비슷한 사건이 났습니다. 바로 나타샤 캄퓨쉬 사건인데요, 캄퓨쉬는 10살인 지난 1998년에 납치돼 창문도 없는 방에서 8년 동안 감금 생활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캄퓨쉬가 8년만에 탈출한 후 납치범은 자살을 했는데요, 그 소식을 들은 캄퓨쉬는 자살한 납치범이 아주 불쌍한 사람이고 자신은 납치범에게 아주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펑펑 울었다고 합니다.
(문) 그런데 이 스톡홀름 증후군에 해당하는 사례들은 미국 안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은데요?
(답) 네, 가장 유명한 일화는 바로 페티 허스트 사건입니다.
(문) 페티 허스트는 미국의 유명한 언론 재벌인 허스트 가문의 상속녀죠?
(답)그렇습니다. 허스트 가문이라고 하면, 오손 웰즈 감독이 만든 ‘시민 케인’이란 영화의 실재 근거가 되기도 한 인물인 윌리엄 허스트의 집안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 언론 재벌 허스트 집안의 상속녀인 패티 허스트가 지난 1974년 공생해방군이란 이름의 극좌파 조직에 납치되는데요, 이후 납치된 패티 허스트는 자신을 납치한 조직을 따라 다니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패티 허스트는 심지어 공생해방군이 샌프란시코에 있는 한 은행을 털 때,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등, 납치된 사람답지 않은 행각을 벌이게 됩니다.
(문) 이 후 체포된 패티 허스트는 자신이 스톡홀름 증후군 때문에 이런 행위를 했다고 하면서 무죄를 주장했죠?
(답) 네, 하지만 당시 재판부는 허스트의 이런 주장을 받아 들이지는 않았습니다. 이외에도 이번 듀가드 사건과 비슷한 사례로는 숀 혼벡 사건이 있습니다. 미주리 주에 살던 숀 혼벡은 지난 2001년 피자 가게 종업원이었던 마이클 데블린에 의해 유괴돼 4년 동안 데블린과 함께 살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요, 혼벡은 자신이 유괴된 지 10개월 후에 자전거를 잃어 버렸다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데요, 신고를 하면서 자신이 유괴됐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요, 심지어는 자기 이름을 숀 데블린이라고 밝혔다고 하네요.
(문) 혼벡이라는 원래 성이 아니라 신고할 때는 납치범의 성을 자신의 성으로 썼다는거군요? 그런데 참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걸까요?
(답) 몇몇 심리학자들은 이런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일단 유괴된 사람은 납치범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합니다. 일단 생존하는데 납치범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 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면, 유괴된 아이들이 쉽게 탈출하지 못하게 된다는 그런 지적입니다.
(문) 듀가드 씨 같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납치 피해자들은 실제로 스톡홀름 증후군을 보이지는 않겠죠?
(답) 네, 2007년, 미국 연방수사국이 발표한 통계를 보니까요, 납치 피해자의 약 73%는 납치범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심 같은 감정을 보이지는 않는다고 하는군요.
18년만에 사랑하는 가족 품에 안긴 듀가드 씨, 부디 정신적, 육체적으로 회복돼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