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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북한, 추석 이산상봉 합의


추석을 전후한 다음 달 26일부터 10월1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립니다. 남북한은 적십자회담 마지막 날인 28일 오후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습니다. 이로써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07년 10월 이후 2년 만에, 그리고 한국의 이명박 정부 들어 처음으로 열리게 됐습니다. 상봉 규모는 남북한이 각각 1백 명씩 하기로 했습니다. 남북은 또 이산가족 문제 등 적십자 인도주의 문제를 남북관계 발전의 견지에서 협의해 나가기로 합의해 추가 회담개최의 여지를 남겨뒀습니다.

28일 이뤄진 합의 내용과 의미 등에 대해서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추석을 계기로 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별 어려움 없이 합의된 것 같습니다.

답) 네 그렇습니다. 당초 남북 양측은 상봉 일정과 장소에서 서로 다른 안을 내놓았지만 다분히 기술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조율을 통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었습니다. 합의서에 따르면 9월26부터 28일까지 한국 측 이산가족 방문단 1백 명이 금강산에 가서 북측 가족 약 2백 명과 만나고, 이어 9월29일부터 10월1일까지 북측 이산가족 방문단 1백 명이 금강산에서 약 4백50 명의 한국 측 가족과 만나게 됩니다.

완공된 지 1년 넘게 사용되지 못했던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를 한국 측 제안에 따라 이번 단체 상봉에 처음 활용하게 됐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영철 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은 합의서 체결 뒤 기자설명회를 통해 "27일 한국 대표단이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를 방문한 것이 좋게 작용한 것 같다"며 "직접 둘러보고 한국 대표단이 자신감이 생겨 면회소 활용이 차기 상봉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고집한 것이 북측에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문) 이번 합의서에는 남북관계 발전 차원에서 인도적 문제를 계속 협의하자는 내용도 포함됐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해당 내용은 합의서 2항에 들어있는데요, 2항에는 '남과 북은 이산가족 등 적십자 인도주의 문제를 남북관계 발전 견지에서 계속 협의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이로써 이산가족 문제 이외에 한국 측이 이번 회담에서 제기한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를 비롯해 앞으로 북측이 남측에 요청할 가능성이 있는 식량 등 인도적 지원 문제도 포함해 남북 간 인도주의적 현안들을 계속 협의할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합의는 또 한국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처음으로 이뤄진 남북 준당국 간 합의여서 앞으로 남북 당국 간 대화의 재개와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에서의 합의 소식을 접한 뒤 프레스센터가 있는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이외의 다른 사안에 대한 당국 간 접촉도 상황에 따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문제에 대한 당국 간 접촉이나 이런 것은 아직 예정된 것이 없지만 여러 가지 하여간 진전 상황이 되게 되면 그것도 있을 수가 있는데 아직은 구체적으로 여러분들에게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 말씀 드릴 수가 있네요."

문) 이번 합의에서는 한 때 한국 측이 강하게 요구했던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 그리고 추가 상봉 문제 등이 빠졌는데요, 어떻게 된 거죠?

답) 네, 한국 측은 이번 회담이 1년9개월 만에 이뤄진 모처럼의 회담이 만큼 이 문제들을 반드시 합의서에 포함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측이 추석 이산가족 상봉에만 논의를 집중하자고 완강하게 반대해 결국 관련 논의를 다음 회담으로 미루게 됐습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입니다.

"북한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 이외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타결짓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회담이 일단은 당면한 이제 불과 한달 여 남은 추석 이산가족 상봉 문제에 일단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합의하고 이 문제에 대해선 앞으로 계속해서 북한 측과 인내심을 갖고 협의할 생각이구요."

이와 관련해 한국 측 김 수석대표는 "북측이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워했고 이번 회담에 나온 북측 대표가 단독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남과 북의 관계가 굉장히 좋아지게 되면 이 문제도 잘 풀릴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말했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런데 이번 회담의 차수를 놓고 논란이 있다고 하던데 무슨 얘깁니까?

답) 네, 이번 회담은 지난 2007년 11월 9차 적십자회담에 이어 열린 회담이어서 관례대로라면 이번 회담은 제10차 회담이 되는 건데요, 하지만 한국 측은 이번 합의서에 10차라는 차수를 명기하지 않고 '남북 적십자회담'이라고만 표기하자고 주장했고 북측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이명박 정부가 전임 정부와 차별화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한국 측 회담 관계자는 "적십자회담의 차수 문제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다음 회담을 제2차 적십자 회담으로 부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문) 이번 회담과는 별개로 금강산 관광지 인근 온정리 마을이 재개발이 되고 있다구요.

답) 네 그렇습니다. 금강산 관광지와 가까이 있는 북한의 온정리 마을이 재개발 사업을 통해 새 단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동안 관광객들의 시선을 감안해 콘크리트 담 등을 설치해왔지만 이번에 기존 가옥들을 해체하고 대부분 3층짜리 새 건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일부 건물은 이미 외부공사가 마무리되고 기와를 얹는 작업까지 마치기도 했으며 노동당 창건일이 있는 오는 10일 완공될 예정입니다. 공사에는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은 현대아산 사업장의 북측 종업원들이 대거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측은 '사회주의 선경'을 조성해 온정리를 북한 내 최고 마을로 꾸민다는 계획으로 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측의 이 조치는 관광객 등 금강산 지역을 찾는 외부인들의 시선을 의식한 조치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특히 온정리 맞은 편에 13층짜리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건물이 들어서면서 온정리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는 점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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