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부가 최근 내각회의를 소집해 전력난 해소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만큼 전력난이 심각하다는 반증인데요, 이는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언론인들의 보도에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연철 기자와 함께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이연철 기자, 먼저 언론인들이 전하는 최근 북한의 전력난 상황부터 소개해 주시죠?
답) 베이징에 기반을 두고 활동 중인 한 미국인 기자가 지난 달 3박 4일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는데요, 길거리에는 가로등이 없었고, 해가 진 후 길거리를 비추는 불빛은 주변 주택가에서 나오는 불빛이 유일했다면서, 그나마 저녁 9시께면 모든 주택의 불이 꺼졌고, 도시가 어둠 속에 잠겼다고 전했습니다. 호텔 47층의 식당이 360도 회전하는 식당이어서 평양 시내 전경을 볼 수 있지만 밤이 되자 어둠 이외에는 다른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상하이 TV’가 지난 5월 북한에서 촬영한 다큐멘터리 ‘현장목격 북한’은 북한의 전력난을 단적으로 보여줬는데요, 북한 최고의 병원마저 툭하면 전기가 끊긴다는 것입니다.
문) 북한 수도 평양과 북한 최고 병원의 전력 사정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은 더 심각하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현재 북한은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만 전기를 공급하고 있어 TV시청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근본적인 원인은 전력 생산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전력 필요량을 연간 4백억 킬로와트 시간(kWh) 정도로 보고 있는데요, 생산량은 2007년의 경우 217억 kWh (미국 에너지 정보국)에서 2백54억 kWh(한국은행) 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생산량이 필요량의 절반을 간신히 넘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문) 그런데, 올해 초에 북한의 지난 해 전력 생산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가 나오지 않았습니까?
답) 네,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보도였는데요, 평양시와 평안남도 일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동평양 화력발전소가 지난 해 전력생산을 전년도인 2007년보다 1.3배 늘렸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은 전력 사정이 개선된 이유로 자체적인 증산 노력을 강조했지만,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 핵 6자회담 참가국들의 중유와 발전 설비 지원이 적지 않은 도움이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해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 대가로 미국이 20만t, 러시아가 15만t, 그리고 한국이 14만5천t의 중유를 지원했고, 중국은 중유 10만t 상당의 발전 설비 자재 등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이 같은 지원은 모두 중단된 상태입니다.
문) 북한이 최근 내각회의를 열어 전력난 해소 방안을 집중 논의한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겠군요?
답) 맞습니다. 북한 정부가 해마다 발표하는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전력 문제가 빠지지 않고 거론되고 있는데요, 올해의 경우 화력발전소들을 최대한 가동하는데 힘을 쏟으면서 건설 중에 있는 수력발전소들의 조업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현재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1백50일 전투’에서도 전력공업 부문이 중점 분야 가운데 하나인데요, 북한 언론매체들은 지난 7월 달 중간평가를 통해, 각지에서 건설 중인 수력발전소 공사가 속도를 내 완공 시기를 앞당기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그런데도, 만성적인 북한의 전력난을 해결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얘기군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1991년 구소련 붕괴와 함께 심화되기 시작한 북한의 전력난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2002년 이후 조금씩 전력 생산량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277억kWh로 최고의 전력 생산량을 기록했던 1990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발전시설의 노후화로 인한 가동률 저하, 화력발전용 석탄 공급 부족, 그리고 송배전시설 노후 및 에너지 관리기술 낙후로 인한 전력손실 증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문) 전력은 산업 발달에 매우 중요한 요소 아닙니까? 이런 상황이라면 북한의 경제 회생을 기대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의 경제와 식량난이 극심했던 1990년대 중반 공장 가동률이 20%대에 머물 정도로 어려웠던 것도 에너지와 전력의 공급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이 주 원인이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전력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만성적인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낙후시설 전면 교체와 노후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과 함께 석탄이나 석유 같은 발전용 에너지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