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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전 대통령 주목 받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전격적인 방북을 계기로 그가 재임 중 펼친 대북정책과 북한에 대한 인식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재임 중 대북 협상에 적극 나섰던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호감을 갖고 이번에 그를 지목해 특사 파견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원기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4일 평양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만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였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이날 백화원 초대소에서 활짝 웃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호감을 갖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합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등 ‘미국판 햇볕정책’을 펼친 장본인이라는 것입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아시아재단 산하 미-한 연구센터의 스콧 스나이더 소장은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 일보 직전 무산됐기 때문에 북한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해 아쉬움과 미련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한국 국민대학교의 정창현 교수도 북한 당국자들이 클린턴 전 대통령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2000년도에 북-미 공동선언 할 때 클린턴은 평양을 직접 방문할 생각이 있었고, 또 당시 북한과 포괄적인 패키지 딜을 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는 측면입니다.”

지난 1993년 미국의 제42대 대통령에 취임한 클린턴은 냉전 종식 후 최초로 백악관에 입성한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클린턴 대통령은 재임 중 베트남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등 냉전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힘썼습니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식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미국 대통령의 대북 인식과는 큰 차이가 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 북한을 ‘적’으로 간주해 봉쇄정책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을 협상 상대로 인식해 정상회담을 추진했다고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북한 담당관으로 일했던 조엘 위트 씨는 말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대북 인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미-북 제네바 합의와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추진입니다.

지난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핵 개발에 나서자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과 끈질긴 협상을 벌인 끝에 제네바 합의를 이룹니다. ‘94년 10월 체결된 이 합의는 핵 문제 뿐만 아니라 휴전 협정 이래 최초로 미국과 북한 간 외교 관계 수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도 추진했습니다. 지난 2000년도에 북한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가 일단락되자 클린턴 대통령은 평양에 ‘특사를 파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북한은 그 해 10월 북한 정권 내 2인자였던 조명록 차수를 워싱턴에 파견했고, 이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과 미-북 정상회담 추진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을 1백% 긍정적으로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클린턴 대통령도 북한의 핵 개발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1994년 6월, 북한이 영변의 5MW 원자로에서 폐연료봉을 제거하자 클린턴 대통령은 영변 핵 시설에 대한 폭격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좋은 평가만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야당인 공화당은 미-북 제네바 합의가 핵 개발이라는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을 해준 것이라며 클린턴 대통령을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워싱턴 소재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폴 챔벌린 연구원은 클린턴 대통령이 다수당인 공화당을 설득하지 못해 대북 중유 제공 등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동맹국인 한국의 김영삼 정부와 외교적 마찰을 빚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제네바에서 북한과 핵 협상을 벌이자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은 김정일 정권의 생명만 연장시킬 뿐’이라며 ‘미국이 북한에 속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클린턴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 유산은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제네바 합의는 사문화됐고 북한의 핵실험으로 미-북 관계는 긴장이 고조돼 있습니다. 그러나 전세계는 전격적으로 이뤄진 클린턴 전 대통령의 이번 평양 방문이 북 핵 문제를 어디로 끌고 갈지 새삼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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