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부인이었던 성혜림의 무덤이 모스크바 외곽에서 발견됐습니다. 한때 최고 권력자의 부인이었지만 지금은 이역만리 타향 땅에 잠든 성혜림의 묘는 돌보는 사람이 없는 듯 낙엽이 쌓여 있었다고 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이었던 성혜림의 무덤이 모스크바에서 발견됐다고 한국 언론들이 최근 보도했습니다. 언론들은 성혜림의 무덤이 모스크바 서부 외곽 지역의 한 공동묘지에 쓸쓸히 있었다며, 북한 당국이 성혜림의 무덤을 감추려는 것 같았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에 발견된 성혜림의 무덤은 ‘오순희’라는 이름으로 등록돼 있었습니다. 북한 당국이 성혜림의 무덤이 이 곳에 있는 것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했다는 얘기입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성혜림은 지난 1960년대 ‘분계선의 마을’이란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던 유명한 영화배우이자 월북 소설가인 이기영의 며느리였습니다. 그러나 노동당 선전선동부 과장이었던 김정일의 눈에 띄어 지난 1969년부터 김 위원장과 동거에 들어갑니다. 2년 뒤 성혜림은 김정일과의 사이에서 김정남을 낳습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지난 1976년부터 만수대 예술단 무용수 출신인 고영희와 살기 시작합니다. 또 이들 사이에서 김정철과 김정운이 태어납니다.
김정일로부터 버림 받은 성혜림은 지난 1974년 평양을 떠나 모스크바에서 거주하면서 우울증과 신경쇠약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그가 모스크바에 머무는 동안 조카인 이한영이 한국으로 망명했고, 언니인 성혜랑도 지난 1996년 서방세계로 망명했습니다.
게다가 성혜림의 아들 김정남은 북한의 후계 구도에서 배제되고 말았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일 위원장은 고영희의 소생인 3남 김정운을 후계자로 내정했으며, 아버지의 눈밖에 난 김정남은 홍콩과 마카오 등지를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역만리 모스크바에서 30년 가깝게 외로운 생활을 한 성혜림은 지난 2002년 5월18일 마침내 눈을 감고 맙니다. 당시 나이 65살이었습니다. 성혜림의 묘비 뒷면에는 `묘주 김정남’이라고 또렷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한국 언론들은 성혜림의 무덤은 봉분 위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주변에는 낙엽과 나뭇가지가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어 상당 기간 사람이 찾지 않은 것 같았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