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의 핵 야망을 꺽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어제 (28일) 미 의회에서 북한 핵 문제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를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의 핵 보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박사는 28일 의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역사적으로 볼 때 한 나라가 경제제재로 인해 정책목표나 우선순위를 바꾼 사례는 거의 없다”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놀란드 박사가 대북 제재가 제한적인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것으로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입니다.
우선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는 등 도발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과 후계체제 등 평양 내부의 정치 상황과 관련이 있을 공산이 크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북한에 제재를 가하거나 보상을 제시한다고 해도 평양이 기존의 행동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중국’때문입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려면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중국은 평양의 최대 후원국으로 북한에 필요한 석유의 90%와 식량을 공급합니다. 그러나 베이징은 평양에 대한 압박을 주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또 평양을 지나치게 압박해 북한체제가 붕괴하는 것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붕괴할 경우 난민 수만 명이 중국으로 쏟아져 들어올 텐데, 이는 중국으로서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런 이유로 놀란드 박사는 미국이 중국을 좀더 정교한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어, 만일 북한을 압박해 난민이 생길 경우 미국과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을 한다면 중국이 좀더 홀가분한 심정으로 대북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놀란드 박사는 또 대북 제재 중 금융 제재가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지난 2005년 ‘애국법’에 의거해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BDA) 은행을 ‘돈 세탁 우려대상’으로 지목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금융기관들은 이 은행과 거래를 중단했습니다. 이 은행과 거래를 계속할 경우 미국 금융기관들과의 거래가 차단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놀란드 박사는 이번에도 중국과 동남아시아 은행에서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놀란드 박사는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6자회담이나 미-북 양자회담 테이블로 복귀할 공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이 하자는 회담은 자국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그 바탕 위에 ‘핵 군축회담’을 하자는 것이어서 미국으로서는 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미국과 북한이 서로 상대방을 겨냥해 험담을 주고 받은 것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한 참석자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지난 20일 북한을 겨냥해 “관심을 끌어보려고 보채는 철부지 10대”같다고 말한 것이 적절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놀란드 박사는 클린턴 국무장관의 발언은 평양 당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현명치 못한 언행’이라고 대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