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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억류 미 기자, 가족과 네 번째 통화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기자들이 지난 주말 미국의 가족들과 네 번째로 통화했습니다. 북한의 의료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통화에서 자신들의 석방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기자들이 지난 19일 미국에 있는 가족들과 네 번째로 통화했습니다.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인 기자들은 지난 19일 밤 미국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지난 7일 세 번째 통화 이후 12일 만입니다.

북한의 의료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는 이들은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자신들의 석방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들은 지난 7일 세 번째 통화에서 자신들은 북한 법을 위반했으며,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었습니다.

미국 ‘커런트 TV’ 소속인 로라 링 기자와 유나 리 기자는 지난 3월17일 두만강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가 북한에 억류됐고, 지난 달 6일 불법월경과 적대행위 혐의로 12년의 로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앞서 가족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두 기자는 지난 6월21일 두 번째 통화 당시 오랜 억류 생활로 건강이 나빠졌으며, 북한의 의료보호시설에 머물고 있습니다. 유나 리 기자의 남편인 마이클 살다테 씨는 지난 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석방 촉구 집회에서, 기자들이 의료시설에서 좋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가족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었습니다.

한편 최근 미-북 당국 간에 두 기자의 석방과 관련해 민감한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지난 7일 이후 12일 만에 가족과의 재통화를 허용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특히 이들의 통화를 통해 석방에 관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간접적으로 미국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 국무부는 기자 억류 사태 초기부터 줄곧 북한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들을 석방할 것을 요구했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통화 직후인 지난 9일 북한의 법 체계에 따른 사면을 원한다면서 공식적인 입장을 바꿨고, 네 번째 통화 직후인 21일에는 두 기자의 석방과 관련해 북한 당국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무부는 뉴욕채널 등을 통해 북한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의 석방을 위해 고위급 특사가 파견됐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특사 파견을 위한 조건에 양측이 어떻게 합의하느냐가 조기 석방을 위한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미-북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에서, 과거보다 어려운 협상 과정이 예상됩니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2일 “두 기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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