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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기자 억류 4달...국무부 입장 변화 주목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미국인 기자 2명이 북한에 억류된 지 오늘 (17일)로 넉 달째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의 석방을 위한 가시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의 고위급 특사 파견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자세한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케이블 방송인 ‘커런트 TV’ 소속 로라 링과 유나 리 기자는 지난 3월 17일 두만강 북-중 접경 지역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다가 북한에 억류됐습니다. 17일로 넉 달 째 억류돼 있는 상태입니다.

미국 정부와 가족들, 인권단체 등은 두 기자의 조기 석방을 꾸준히 촉구해왔지만, 북한 당국은 이들에게 12년 노동교화형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두 기자가 과거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들의 선례대로 당국 간 협상을 거쳐 석방될지, 아니면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에서 교화형이 집행될지는 여전히 알 수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 정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 변화를 보이면서, 미-북 양측이 두 기자 석방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착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10일 처음으로 북한 정부의 사면을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린턴 장관은 “여기자와 가족들이 이번 일에 대해 깊이 후회하며 사과하고 있고, 모두가 이번 사태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한의 체계에 따라 사면 조치가 이뤄지고 두 여기자가 조속히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가 공식적으로 사면을 요청한 것은, 앞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두 기자의 석방을 요구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두 기자의 혐의를 인정하고, 북한의 사법 체계를 존중한다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는 지난 7일 두 기자가 가족들과 통화한 직후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할 만 합니다. 로라 링 기자의 언니인 리사 링 씨는 동생과 통화한 후 미국 언론에 출연해서 처음으로 ‘사면’이란 단어를 썼고, 곧바로 국무부도 ‘사면’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 정부의 요구가 전화통화를 통해 가족들에게 전달됐고, 국무부도 이를 수용했을 수 있습니다.

국무부는 이런 입장 변화의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은 채, 클린턴 장관이 직접 북한 당국의 사면을 요청한 만큼 북한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편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국의 입장 변화를 양국 간 협상 진전의 징후로 받아들이면서, 실제로 두 기자가 조기 석방되기 위해서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고위급 특사 파견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의 민간단체인 사회과학원의 리언 시걸 박사는 미국의 입장 변화는 매우 중요한 것이며, 두 기자의 조기 석방을 위해서는 결국 미국이 먼저 특사 파견을 제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두 기자에 대한 재판 절차 종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건을 분명하게 마련했으며, 이제 미국이 특사 파견을 북한에 제안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시걸 박사는 미국과 북한이 뉴욕채널 등을 통해 실제 협상에 착수하더라도, 특사 파견 여부가 최종 결정될 때까지는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 조지아대학의 박한식 교수도 미국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두 여기자를 석방할 의사가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이 주장하는 두 기자의 적대 행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또 북한의 고위 관리로부터 두 기자가 노동교화소에 가지 않고 평양의 초대소에서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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