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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통신] 국회의장, 개헌 필요성 제기


한 주 동안 한국에서 일어난 주요 뉴스를 통해 한국사회의 흐름을 알아보는 강성주 기자의 서울통신입니다. 강성주 기자가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문) 지난 주에는 미디어 관련 법률안 처리를 둘러싼 한국의 여당과 야당 간의 대립을 알아봤는데, 미디어 관련법안은 아직도 국회에서 처리가 되지 않았지요?

답) 네, 여당과 야당 의원들이 서로 대치 상태에 있어서, 미디어 관련법안 처리는 진전이 전혀 없습니다. 관련 상임위원회 조차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이 상임위원회 회의장 앞을 가로 막고 있어서 출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여당인 한나라당은 국회의장에게 미디어 관련법안을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문) 오늘은 한국의 제헌절 아닙니까? 최근 들어 한국에서는 개헌에 관한 언론들의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61년 전인 지난 1948년,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헌법을 제정해 공포한 것을 기념하는 제헌절입니다. 사실 한국은 1987년 개헌을 하고 난 뒤 지난 22년 동안 헌법 개정의 문제가 정치권에서 간간이 제기돼 왔으나,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해 그냥 사라지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지난 2007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후반에 제안한 ‘원 포인트’ 개헌, 즉 현행 헌법 가운데, 대통령의 임기 등 권력구조에 관한 것만 고치자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개헌 제안도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자 석 달 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18대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는 조건으로 개헌 논의를 철회한 적이 있는데, 그 18대 국회가 바로 지난 해 구성된 국회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또 18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김형오 국회의장이 오늘 개헌의 필요성을 공식으로 제기했습니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제헌절 경축사의 일부분입니다.

“우리 국민은 지난 20년 간 과도한 권력 집중으로 인한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지켜봤습니다. 이제 역사적 비극이 되풀이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반드시 완수해야 할 역사적 과제 앞에 서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대도약과 선진국의 진입을 위해 22년 전 개정된 헌법을 새롭게 바꾸는 일입니다. 저는 오늘 여야 정치권과 국민 여러분께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와 공론화를 공식 제안합니다.”

문) 김형오 국회의장은 ‘대한민국의 대도약과 선진국의 진입을 위해’ 헌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했는데 청와대나 여야 정당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답) 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국회는 다양한 민심이 수렴되는 곳으로 개헌 논의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개헌은 국가 1백년 대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다소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 1야당인 민주당의 정세균 대표는 “개헌 논의가 정략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라며 현 시점에서의 기헌 논의에 대해서는 일단 반대 의견을 밝혔습니다.

여당인 한나라당 장광근 사무총장은 “현 시국이 어수선해서 현 시점에서의 개헌 논의가 적절한 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그렇게 반기지 않았습니다.

문) 정치권은 일단 거부에 가까운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답) 김형오 국회의장의 오늘 개헌 논의 제의에 대해, 즉각 실시된 여론조사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여러 언론사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들의 생각과 고민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주간 ‘시사저널’이 지난 주 한국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62.1%의 국민이 개헌에 찬성했으며, 개헌 시기도 올해나 내년 등 빨리 했으면 좋겠다라는 견해가 반이 넘는 55.7%를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권력구조도 미국과 같이 대통령의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중임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이 44.9%, 현재와 같이 5년으로 하고 한번만 하는 안에 찬성이 34.5%, 일본, 독일과 같은 의원내각제로 하자는 의견이 10% 등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또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14일 보도한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회의원 2백95명 가운데 68.1%인 2백1명이 개헌에 찬성했습니다.

일반 국민들의 개헌 찬성 의견이 62%였는데 비해, 현역 정치인들은 그보다 약간 높은 68%가 개헌에 찬성하고 있습니다.

문)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개헌 논의의 핵심은 5년 단임제인 대통령을 4년 중임제로 고치느냐 마느냐 하는 것 아닌가요?

답) 그렇습니다. 5년 임기의 대통령제는 지난 1987년 개헌에서 도입됐는데, 그 전까지는 7년 단임이었습니다. 이 조항은 당시 정치 지도자였던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등 세 김 씨가 차례로 집권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 합의가 됐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또 임기 5년이라고 해도 취임 초기와 말기의 레임덕 기간 등을 빼면 일 할 수 있는 기간이 너무 짧다라는 지적도 받아왔습니다. 또 연임에 대한 부담이 없기 때문에 국민의 눈치도 보지 않고, 국정을 망칠 수도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미국처럼 임기를 4년으로 하고, 일 잘하는 대통령은 한번 더 할 수 있게 하면 어떤가 하는 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안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 즉 정치인들의 행태가 문제라는 지적이 그것입니다. 현재와 같은 정치 문화 아래에서는 어떤 정치제도를 도입해도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라는 지적과, 정치인들이 운용의 묘를 살리지 못하는 것을 갖고 헌법을 고친다고 좋아 지겠냐는 것입니다.

문) 그러면 오늘 김형오 국회의장이 공식으로 제안한 개헌 논의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 같습니까?

답) 네, 일반적으로 헌법 개정을 위해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아주 중요한데, 이명박 대통령은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지금은 나라 경제를 살리는 일이 제일 급하고, 개헌 같은 것은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헌법 개정은 국회 통과를 위해 여야 간에 합의가 돼야 하는데, 그것이 그렇게 쉽지가 않아 보입니다. 또 다음 번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있는 여야의 대권주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개헌 시기가 문제인데, 김 국회의장은 내년 6월의 지방선거 이전에 마치자고 제안하고 있으나, 개헌 논의 과정에 이런 저런 세력과 단체들이 끼어들면 그렇게 일찍 개헌 문제를 매듭짓기가 쉽지 않다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 실제로 일어나면, 김형오 의장의 개헌 논의 제안도 지난 20여 년 간 나왔던 몇 차례의 개헌 논의처럼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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