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발생한 지 내일(11일)로 꼭 1년이 됩니다. 남북한 당국은 그동안 이 사건으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왔지만 전반적인 남북관계 악화로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관광 재개 전망은 매우 어둡습니다. 서울의 김환용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른 후유증과 전망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문) 내일로 금강산 관광이 1년째 중단이 되는 셈인데요, 먼저 관광 중단의 원인이었던 관광객 피격 사건부터 간단히 되짚어볼까요?
답) 네, 지난 해 7월11일이었지요, 금강산을 찾은 한국 관광객 박왕자 씨가 새벽에 금강산 관광지구 내 군사통제지역에서 북한군 초병으로부터 두 발의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사건이 터진 직후 한국 측은 일단 금강산 관광을 중단시키고 북측에 대해 현장 방문조사 허용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지만 북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관광 중단이 장기화의 길에 접어들었습니다.
문) 그렇다고 해도 중단 사태가 1년이나 끌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는데요, 이렇게 장기화하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시죠?
답) 사실 남북관계의 악화 조짐은 한국에 보수 성향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조금씩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이 터져 남북 간 갈등이 표면화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전반적으로 나빠졌습니다.
예컨대 지난 해 7월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 회의에서 남북은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과 관련한 문구와 10.4 남북 정상선언 관련 문구를 넣고 빼는 문제로 외교전을 벌이기까지 했었습니다. 결국 양측의 대결 양상이 계속되면서 관광 재개를 위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이뤄지지 못했던 겁니다.
문) 지금도 남북한 양측의 입장엔 변화가 없는 건가요?
답) 네 그렇습니다. 한국의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10일 관광객 사망 1주기를 맞아 사건 진상규명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남북 당국 간 협의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및 신변안전 보장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사건을 해결하고, 관광을 재개할 것을 북한에 수 차례 제의하였습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1주년을 맞아 북한이 성의 있는 자세로 사건 해결을 위한 남북 당국 간 협의에 즉각 응해 나올 것을 촉구합니다.”
북측은 사건이 터진 뒤 유감의 뜻을 밝히긴 했지만 여전히 사태의 근본적 책임은 군사지역에 들어 온 한국 관광객에게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관광길이 다시 열리기는 당분간 어렵겠군요.
답) 그렇습니다. 특히 북한을 둘러싼 최근 일련의 사건들이 남북한 양측이 이 문제를 푸는 데 더 큰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북한의 현대아산 직원 억류와 장거리 로켓 발사, 2차 핵실험 등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무드 등으로 한국 정부의 운신의 폭이 크게 좁아졌다는 게 대부분 남북 문제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문수 교수입니다.
“남북관계 자체가 지금 상당히 경색되고, 꼬여만 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부분들, 더욱이 북한이 이제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서 대북 제제를 결의를 했고, 그 중에 핵심적인 부분은 금융제재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금강산 같은 경우도 현금 유입을 가지고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들… 그런 것이 겹치다 보니까 우리 정부가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져 있는 상태라고 봐야죠.”
전문가들은 북한 또한 대미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실리를 위해 자신들의 명분과 자존심에 손상이 가는 자세로 나오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문) 관광 중단에 따른 가장 큰 피해자는 이 사업 주체인 한국의 현대아산과 관련업체들일 텐데요, 현대아산은 어떤 상황인지요?
답) 네 한마디로 말하자면 현대아산은 지칠대로 지친 상태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금강산 관광은 지난 1998년 시작된 이후 10여 년 간 크고 작은 중단 사태는 있었지만 이번과 같은 장기 중단사태를 맞기는 처음입니다. 관광 중단 이후 현대아산의 지난 6월 말까지의 매출손실은 1천5백36억원에 달합니다.
때문에 지난 3월 이후 세 차례의 구조조정을 통해 관광 중단 전 1천84 명이던 인원을 4백11명으로 줄였고, 부서 통폐합과 임직원 급여를 유보 또는 삭감하는 피나는 자구노력을 해 왔지만 한계상황에 거의 이르렀다는 게 회사의 자체 판단입니다.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은 지난 9일 임직원 조회에서 목이 메인 소리로 참담한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우리 회사는 지난 10개월 간 비상경영과 구조조정을 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회사 차원의 자구 노력도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재택근무, 임직원 급여 일부 삭감 및 유보, 또 조직 축소와 인력 감축 등 세 차례의 비상경영으로 우리 임직원 여러분이 가정에서도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감수해 왔습니다.”
조건식 사장은 지난 4월 유상증자한 돈 2백억원으로 10개월 간의 여력을 확보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 이대로라면 내년 2월까지만 버틸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문) 한국 관광객들이 금강산 관광의 출발지로 삼고 있는 강원도 고성 지역도 관광 중단으로 어려움이 많다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정확하게 말씀 드리면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리 지역인데요, 이곳은 1년 전만 해도 관광객들로 북적댔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활기가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명파리 국도변에 늘어선 건어물 가게, 선물가게, 숙박업소, 음식점 등 15개 업소 가운데 7곳이 폐업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김모 씨는 “그나마 남은 업소들도 하루하루가 힘든 형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심각하게 겨울에 저 같은 경우는 월급들을 다 못 줘가지고요… 하여튼 겨울나기 힘들었어요.. 겨울에는 기대를 좀 걸었었어요.. 금방 재개될 것 같으니까… 올 4월에도 금방 재개될 것 같이 하더니 이제는 막막하잖아요.”
이런 가운데 한국의 현대경제연구소가 지난 6~7일 한국 성인 남녀 5백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조건에 대해 ‘우선 북한과 재개 협상을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49.9%로 가장 많았고, ‘북한의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는 응답자는 35.2%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