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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유엔 기구들 활동 잇따라 제약 ‘고립 자초’


북한 당국이 최근 유엔 기구들의 활동을 잇따라 제약하고 있습니다. 일부 유엔 관계자들은 정치적 상황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북한주민들을 위한 지원 활동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문) 앞서 북한 당국이 세계식량계획 WFP의 북한 내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드렸었는데요, 북한 정부가 다른 유엔 기구들에도 제약을 가하고 있는가 보군요?

답) 그렇습니다. 유엔아동기금 (UNICEF) 역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UNICEF 측은 북한 당국이 지난 달부터 양강도 지역의 접근을 막았다고 밝혔습니다. 들어보시죠.

패트릭 맥코믹 UNICEF 대변인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 당국의 활동 제약 소식을 확인하며, 이유는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문) 북한 당국의 조치로 유네세프의 활동도 상당히 위축됐을 것 같은데요.

답) 네, 유니세프는 최근들어 다른 국제기구들과 마찬가지로 북한 활동을 위한 기부가 크게 줄어든데다 북한 당국이 활동까지 제약하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맥코믹 대변인은 현재까지 국제사회로부터 1백30만 달러 밖에 기부 받지 못했다며, 이 같은 기부액은 대북 지원에 필요한 예산의 10%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맥코믹 대변인은 다른 나라들도 최근 인도주의적 지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북한의 경우 정치적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문) 북한에는 유니세프나 세계식량계획 외에도 여러 유엔 기구들이 활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들의 사정은 어떻습니까?

답) 북한 당국이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유엔 기구는 현재 주민들과 직접 접촉을 하는 기구들로 제한돼 있습니다.

예컨대 지난 해부터 북한 인구 총조사를 진행, 현재 결과를 집계 중인 유엔인구기금, UNFPA의 경우 WFP 등이 겪고 있는 문제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는데요. 들어보시죠.

UNFPA의 오마르 가르제딘 공보관은 UNFPA의 활동은 WFP나 UNICEF 처럼 주민들과 직접 접촉해 현장에서 인도주의적 지원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자신들의 활동은 통계 등 기술적 지원이나 조언을 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내 활동 재개를 준비 중인 유엔개발계획, UNDP 측 역시 사무실 개소를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 북한은 현재 식량난으로 어린이 등 취약계층에 대한 외부의 인도주의적 지원이 더욱 절실한 상황인데요, 이런 마당에 북한 당국이 국제기구들의 활동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니 상당히 우려가 되는데요.

답) 네, 하지만 북한 당국의 최근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북한의 행동 양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핵실험에 이어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과거에도 유엔을 비롯한 외부 기관들의 접근을 철저히 막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의회 산하 연구기구인 의회조사국, CRS의 래리 닉쉬 박사는 북한 당국의 조치는 지금까지의 기본정책 방향과 일치하는 행동 형식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의 관심사는 엘리트 계층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느냐이지, 일반 주민들의 배고픔은 관심사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외교정책분석연구소의 제임스 쇼프 연구원도 북한 당국이 최근 WFP 등의 활동에 다시 제약을 가하고 있는 것은 지난 3월 식량 배분을 맡은 미국 민간단체 요원들의 철수를 요구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유엔의 제재 등 최근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기 보다는 스스로를 폐쇄시키는 북한 당국의 매우 일상적인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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