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십자연맹 IFRC는 유럽 국가들의 지원에 힘입어 6월 말 현재 올해 사업 예산의 절반이 넘는 61%를 확보했으며, 북한 내 식수위생 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올들어 북한의 잇따른 도발 행위로 국제사회로부터 대북 사업자금을 모금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식량계획 등 다른 구호단체들의 사정과는 대조적이어서 주목됩니다. 이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국제적십자연맹 IFRC는 최근 발표한 사업현황 보고서에서 올 1월부터 6월 말까지 대북 지원사업 목표 모금액의 61%인 미화 5백 48만여 달러를 모금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4월 초 목표의 38%를 모금했다고 밝힌 이후, 3개월 만에 20%가 넘는 모금 액을 추가로 확보한 것입니다.
국제적십자연맹 평양사무소의 핀 야로 로드 (Finn Jarle Rode) 소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국제적십자연맹의 대북 사업 예산은 지난 5년 간 줄곧 안정적으로 확보돼 왔다며, 지원금은 주로 유럽 국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로드 소장은 유럽 국가들은 정치적 사안과 인도주의 지원을 분명하게 분리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올 상반기 국제적십자연맹을 통해 북한에 대규모 현금을 제공하거나, 지원을 약속한 나라들은 독일과 덴마크, 스웨덴, 호주 등입니다. 이 중 독일 정부와 적십자사가 약 70만 여 달러, 덴마크 적십자사가 11만 여 달러의 현금을 각각 기부했습니다. 또 스웨덴 정부와 적십자사가 1백 6 6만여 달러, 호주 정부는 57만여 달러의 지원을 각각 약속했습니다.
로드 소장은 국제적십자연맹이 북한에 상주해 있는 다른 국제기구들에 비해 북한 전역에서 더 광범위한 접근권을 갖고 있는 것도 자금 확보가 용의한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예산 확보가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국제적십자연맹의 북한 내 사업도 예년 수준에서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맹은 최근 북한에서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는 식수위생 사업의 16개 부문에 대한 검토 작업을 벌였으며, 이 중 15개가 정상운행 중이었습니다.
로드 소장에 따르면 국제적십자연맹은 지난 1999년부터 북한에서 식수위생 사업을 벌였으며, 현재 4개 북한 군에서 약 3백 개의 개별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로드 소장은 IFRC가 과거 북한에서 벌여온 식수위생 사업의 90%가 현재도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가올 장마철에 대비한 준비도 마쳤습니다. 또 올 상반기에 홍수에 취약한 지역 병원들에 긴급보건 장비를 지급하고, 추가 2차분 지원과 올 3, 4분기에 지급할 소규모 보건 장비도 이미 확보했습니다.
로드 소장은 유엔 기구를 포함해 북한 내 모든 국제기구들을 합친 것 보다 많은 양의 홍수 대비물자를 비축해 놨다고 말했습니다. 재해발생시 북한주민들이 3개월 간 사용할 수 있는 주방 도구와 담요 등 생필품이 모두 담긴 가족 장비 10만개를 준비해 놨다는 설명입니다.
핀 야로 로드 소장은 노르웨이 출신으로 지난 5월 초 IFRC 평양사무소 소장에 취임했습니다. 소장 취임 전 에바 에릭슨 전 소장과 함께 지난 해 9월부터 북한 사업 조정관으로 일해 현지 사정에 밝은 편입니다. 현재 IFRC 평양사무소에는 6명의 국제 직원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로드 소장은 북한에서 사업을 이행하고 효과를 보기까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 때문에 북한에 더 오래 머물고 싶어 소장직에 지원했다고 말했습니다.
로드 소장은 앞으로 대북 사업은 식수위생 사업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식수위생 사업은 지속가능하며 무엇보다 일반 북한주민들에게 최상의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