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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옛 소비에트 연방국 대상 자원외교 강화


극심한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러시아가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구 소련 연방 국가들이나 오랜 우방국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자원외교'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러시아의 영향력 하에 있던 구 소련 국가와 천연 자원 공급 계약을 맺는 등 러시아 자원 외교의 강력한 경쟁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봅니다.

) 러시아의 이른바 '자원외교'는 예전부터 명성이 자자했는데요. 최근 어떤 방식으로 구 소련 연방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까.

답) 천연 자원 개발 협정을 맺으면서 구 소련 연방국을 대상으로 대부를 해주거나 투자를 하는 것인데요. 경제 원조가 개입돼 있어 이른바 '수표외교'(Checkbook Diplomacy)로도 불립니다.

) 그런데 거꾸로 구 소련 연방국들은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데요.

답) 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를 통해 유럽으로 가스를 공급하면서 여러 분쟁이 벌어지기도 했었는데요. 구 소련 연방국들은 천연 자원에 대한 러시아 측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일례로 최근 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가 아닌 중국과 천연가스 공급 협정을 맺었습니다.

) 러시아 입장에서는 중국이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른 것이군요.

답) 맞습니다. 러시아의 자원외교에 가장 큰 경쟁상대가 되고 있는 것이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국인데요.

중국은 지난 달 리커창 국무원 부총리가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향후 30년 간 매 년 4백억 입방미터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미화 4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인데요. 이를 위해 투르크메니스탄과 중국 간에는 7천 km 길이의 가스관도 완공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습니다. 원래 이번 협정은 러시아 측과 체결됐었다는 것입니다.

) 러시아와 투르크메니스탄 측과의 당초 계약이 깨져 대신 중국이 뛰어들었다는 것입니까?

답) 그렇습니다. 러시아의 국영 가스업체 '가즈프롬'이 당초 지난 해 투르크메니스탄과의 가스 공급 협정에 뛰어들었지만 경제 침체로 이 계약에서 손을 떼려 했습니다. 투르크메니스탄 측은 당연히 양국 간 가스 송유관을 소용 없게 만들었다며 비난했고, 러시아 측으로의 가스 수출에 제약을 가하려 하면서 양국 간 관계가 경색됐습니다.

모스크바의 금융회사 '우랄시브'의 수석 전략가인 크리스 위퍼 씨는 러시아는 점점 더 중국과 대적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반면 중국은 매우 성실하게 합의를 따른다고 분석했습니다.

) 구 소련 연방의 다른 국가들 역시 러시아와의 자원 외교, 혹은 수표 외교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습니까?

답) 네, 벨라루스나 우즈베키스탄, 키르지스탄, 카자흐스탄 등도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변적인 외교 방식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카네기 모스크바 연구소의 샘 그린 부소장은 강대국들이 아닌 국가들은 현재와 같은 다극적인 세계에서 선택권이 있다면서, 여러 국가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으려 하며 러시아가 그를 깨닫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러시아 측도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인가요?

답) 네, 전통적인 우방국을 대상으로 하던 자원외교의 대상을 확대하고 있는 것인데요. 러시아는 최근 아프리카와의 자원 외교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달 23일 이집트와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를 방문해 자원외교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나이지리아와는 핵 에너지와 가스 개발, 석유 탐사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모든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러시아의 나이지리아에 대한 투자 규모는 수십 억 달러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협정은 러시아가 나이지리아 가스를 유럽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나이지리아 외에도 나미비아와 앙골라 등 아프리카 국가들을 잇따라 방문해 자원외교를 이어갔습니다.

특히 중국이 그간 지속적으로 아프리카 국가들의 천연 자원 확보에 매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새롭게 러시아가 아프리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자원외교 시장의 판도를 다시 재편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됩니다.

)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 경제가 이 같은 자원외교를 통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는데요.

답) 금융사 '우랄시브'의 수석 전략가인 크리스 위퍼 씨는 한 번 재정 보조를 통한 외교 관계를 정립하기 시작하면, 지속적인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한 번 수표를 쓰지 못하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가 '수표 외교'의 위험성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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