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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문가들, ‘북한 UEP 추진 심각한 위협’


북한이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반발해 우라늄 농축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UEP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UEP 개발 수준은 다르게 평가하면서도, 잠재적 위협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유미정 기자와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 유미정 기자,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UEP)을 둘러싼 논란이 언제부터 시작된 것입니까?

답) 네, 북한의 우라늄 농축이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2년 10월이었습니다. 당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평양을 방문해, 미국이 입수한 증거를 근거로 북한 측에 고농축 우라늄, HEU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이에 대해 북한의 강석주 외무성 부상이 '북한은 HEU프로그램을 추진할 권리가 있고, 그보다 더 강력한 무기도 만들게 돼 있다'고 대응하면서 이른바 제2차 북 핵 위기가 불거진 것입니다.

켈리 전 차관보는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당시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활동과 관련해 중대한 정보를 입수했었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미국이 입수한 북한의 우라늄 농축 관련 정보를 방치했을 경우 북한은 원심분리기를 가동해 핵 개발에 나섰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 하지만 북한은 이후 7년 동안 줄곧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켈리 차관보는 당시 방북 뒤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북한은 이후 줄곧 부인하는 입장을 취하다가 지난 13일 외무성 성명에서 '자체 경수로 건설이 결정된 데 따라 핵연료 보장을 위한 우라늄 농축 기술 개발이 성과적으로 진행돼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보유 사실을 공식 인정한 셈이 됐습니다.

) 그런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UEP)과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HEU)을 함께 말씀하셨는데요, 두 가지가 모두 같은 것입니까?

답) 그렇지 않습니다. UEP는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 우라늄' 개발과 연구용으로 사용되는 '저농축 우라늄' 개발을 모두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연구용 '저농축 우라늄'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켈리 차관보 일행이 당시 밝힌 것은 북한의 고농축을 염두에 둔 것이었구요.

그런데 북한이 계속 이를 부인하면서 6자회담 진행 과정에서 언제부터인가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북한의 의혹을 나타내는 말로 HEU 대신 포괄적인 UEP라는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 그렇다면 전문가들은 북한의 UEP 수준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답) 네, 전문가들은 북한이 1990년부터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시설을 추구해 왔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990년대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 박사로부터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20여대와 원심분리기 설계도를 입수했고, 또 원심분리기에 사용되는 특수 알루미늄 관 1백50t도 외국에서 수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원심분리기 시설이 어느 정도 개발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우라늄 농축을 위해서는 수백 개에서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를 한꺼번에 몇 년에 걸쳐 가동시켜야 하고, 또 많은 부품과 장비들이 필요한데요,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이 아직 대규모 원심분리기 시설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대규모 원심 분리기 공장을 갖고 있다는 2002년 미 중앙정보국 (CIA)의 정보는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북한은 또 지난 5~6년 동안 원심분리기 공장과 시설을 위한 장비 구매 활동을 벌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핵 과학자인 미국 몬트레이국제학대학교의 신성택 교수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원심분리기 부품들을 밀반입해, 시설 개발에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지금 만들어 놓은 원심분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1천 7백 개에서 2천 개는 되지 않았겠는가… 이렇게 생각할 때는 1년 간 가동하면 적어도 농축 우라늄 핵폭탄 1~2개는 확실히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갔다고 봅니다. "

) 그렇군요, 그러면 우라늄농축작업에착수하겠다고 한 북한의 이번 성명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답) 전문가들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원자로 재처리 시설 등을 필요로 하는 플루토늄 프로그램과 달리 은닉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어 앞으로 미국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다시 신성택 박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농축 우라늄은 대규모로 하면 밖으로 나와야 되지만 지금은 기술이 발달돼서 대규모 시설을 잘게 나눠서 지하로 넣어서 여러 개의 소규모로 운영하는 기술과 방식이 개발돼 있기 때문에 이것은 인적 정보가 아니면 찾을 수가 없고…"

올브라이트 박사 역시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은 은닉이 용이하다며 앞으로 북한의 원심분리기 기술 확산과 이전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올브라이트 박사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이전, 확산하려 할 경우 대응 조치를 취하기가 훨씬 어려울 수 밖에 없다며, 따라서 앞으로 북 핵 협상에서 이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유미정 기자와 함께 북한의 외무성 성명으로 다시 부각되고 있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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