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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10명 중 9명 치과 치료 시급’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10명 중 9명 꼴로 치아 상태가 나빠 진료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정확한 정보 없이 자가 진단에 의해 약물을 남용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 통일부 산하 탈북자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은 개원 10주년을 맞아 12일 서울 국립의료원에서 '북한 이탈주민 건강 증진방안'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토론회에선 지난 10년 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건강 실태와 이에 대한 치료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하나원에서 치과진료를 하고 있는 열린치과의사회 신덕재 감사는 "하나원에 입소한 탈북자의98%가 치과 질환을 앓고 있다"며 "북한의 열악한 의료체계와 탈북 과정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하나원 윤미량 원장은 "하나원 입소자의 대부분이 치아 상태가 나빠 소화 장애를 호소하고 있다"며 "의료 예산의 절반이 치과 진료에 쓰인다"고 말했습니다.

치과 진료 가운데 보철 치료가 40%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덕재 감사는 "보철 치료의 경우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하나원에서 미리 치료받기를 탈북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현상은 지난 2006년 이후 3년 동안 입국한 이들에게서 두드러졌다"고 말했습니다.

"보철치료 비율이 높다는 것은 탈북자들이 치아가 없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고 특히 2006년 이후 입국자들이 신경 치료 등과 같은 일반 치료는 보험이 되지만 보철치료만큼은 그게 어려워 보철을 선호한 경향이 있지 않나는 생각이 듭니다."

탈북자 대부분이 치과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지만 1인당 치과 치료비 예산은 해마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나원에 따르면 지난 해 탈북자 1인당 치과 치료비는 6만 3천원으로, 지난 2005년에 비해 약 4만원이 줄었습니다.

이에 대해 윤미량 하나원 원장은 "탈북자 건강 문제는 안정적인 사회 정착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 이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의료비 확충이 필요합니다. 현재 의료비가 부족해 탈북자들의 보철을 일부 밖에 못해주고 있습니다. 최대한 하나원에 있을 때 갖고 있는 병을 낫고 사회에 나간다면 병 때문에 정착이 늦어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약물 오남용과 자가치료의 폐해도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나원에 따르면 입소한 탈북 남성 가운데 33%, 그리고 여성은 44%가 한국에 오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나원 산하 하나의원에서 탈북자들을 진료하는 김철한 공중보건의는 "대다수 탈북자들이 정확한 의약 정보 없이 약을 복용하고 있다"며 "소염 진통제를 살찌는 약으로 오해해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습니다.

"약물 오남용의 문제 중 하나가 탈북자들이 약효를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복용하는 것인데요. 심지어는 스테로이드 약을 일반적인 진통제로 알거나 살찌는 약으로 알고 먹는 거죠. 부작용으로 얼굴이 붓는 것을 두고 아, 살이 쪘구나라고 인식하는 거죠."

하나원 전진용 공중보건의는 "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지나치게 약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본인의 질병을 스스로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체중 증가로 인해 비만과 성인병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서울대 의과대학 박상민 교수는 "심각한 영양 부족을 경험한 탈북자들이 한국에 살면서 갑자기 높은 열량의 음식을 섭취할 경우 급격한 체중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비만은 고혈압이나 당뇨, 암과 같은 성인병을 일으킬 확률이 높다는 점에서 탈북자에게 적절한 식습관 등 건강교육이 매우 중요하다"고 박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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