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김영권 기자, 우선 지난 7일 베트남에 도착한 여성들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답) 탈북 여성들은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 나이이며, 지난 1998년부터 2003년 사이에 중국에 팔려왔다고 말했습니다. 대부분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중국으로 가 인민폐 수 천원에서 1만원가량에 시골로 팔렸는데요, 이달 초 길림성 퉁화시 등 중국 동북지역을 출발해 중국 남부 쿵민을 거쳐 중국-베트남 국경을 넘어 하노이에 도착했습니다. 뉴욕에 있는 기독교 선교단체 318 파트너즈의 지원을 받은 이들 탈북 여성들은 곧 한국으로 가기 위해 캄보디아로 향할 예정입니다.
문) 최근 들어 베트남을 통해 캄보디아를 거쳐 한국으로 가는 탈출 경로가 활기를 띠는 것 같습니다.
답) 네, 과거에는 라오스를 통해 태국으로 가는 경로가 가장 인기가 높았는데, 최근 들어 베트남-캄보디아 경로를 이용하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출신 중개인 김모 씨는 캄보디아가 태국보다 생활 조건이 좋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태국은 감옥에서 있어야 되고 좁은 방에서 악조건 속에 살고, 재판도 받아야 하는데, 일단 캄보디아는 대사관에 들어간 뒤 교회에 머물며 한국 정부에서 생활필수품을 다 대주고 하니까 생활 조건이 좋은 거예요."
문) 캄보디아에서 대기하는 기간은 얼마나 됩니까?
답) 중개인 김모 씨는 3개월 정도 머문 뒤 한국으로 떠난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이민국 수용소에서 머물러야 하는 태국과 달리 석 달 동안 교회 목사들로부터 한국에 대한 교육도 받고 마음의 안정도 취할 수 있어 탈북자들이 만족해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베트남-캄보디아 경로를 이용하는 탈북자들의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요?
답) 현지 관계자들은 한 달에 적어도 60명 이상이 이 경로를 통해 한국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라오스나 태국에 비해 거리가 길고 그 만큼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경비가 조금 더 비싸다고 하는데요. 최근에는 가격이 내려 미화 1천 3백 달러에서 1천 5백 달러 정도면 캄보디아까지 갈 수 있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문) 올해 초 중국 남부에서 한국 행을 시도했던 탈북자 수 십 명이 공안당국에 체포되는 등 중국 당국의 탈북자 단속이 더 심해졌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요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답) 중국 당국의 단속이 지난 해 보다 훨씬 더 강화됐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중개인 김모 씨의 말을 다시 들어보시죠
"더 심해요. 왜냐하면 예전에는 솔직히 거기 가는 사람들이 베트남에 관광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기에서 사고가 많이 나니까 탈북자들이 거기를 거쳐 간다는 것을 안 거예요. 그 다음부터는 공안과 변방수비대의 경비가 엄청 심하구."
김 씨는 중국인들이 불법으로 베트남에 가는 것은 인민폐 1-2백 원 정도의 벌금이면 아무일 없이 지나가는데 탈북자들이 체포되면 공안당국이 마치 마약사범이나 간첩단을 체포한 것처럼 떠들썩하게 조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김 기자가 탈북자들하고도 직접 전화통화를 했죠.
답) 네, 사연도 참 다양했습니다. 중국에서 11년을 살며 3년 전 강제북송을 당하기도 했다는 김모 씨는 사람다운 대접을 받고 싶어 11살 아들과 조선족 남편에게 이해를 구하고 탈출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 엄마가 다시 잡혀 나가면 조선에서도 나를 용서치 않는다. 죽어서도 들어 못 올 수 있으니까, 그러나 어찌하겠나. 우리 가족이 힘들지만 인권을 주는 한국에 가서 국적도 얻고 나도 어느 나라 사람이라는 그런 신분을 얻은 다음, 엄마가 가정을 버리지 않고 우리 가정이 다시 합치는 날이 있으니까 좀 참아달라."
김 씨는 중국에서 불법으로 결혼해 살면 상상할 수 없는 부당한 상황을 많이 겪게 된다며, 몸을 허락하지 않으면 공안당국에 밀고하겠다고 이웃 남성들이 협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 자신도 이를 거부했다가 밀고를 당해 2006년 공안에 체포돼 강제북송 된 경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참 안타까운 상황인데요. 미국 정부의 인권보고서와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중국에 탈북자가 3만-5만 여명이 있고 이 중 상당수가 인신매매된 여성들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이 어떻게 정보를 얻어 탈출을 하는 겁니까?
답)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탈북자들과 중개인들은 말합니다. 도시에 비교적 가깝게 사는 여성들은 인터넷을 배워 탈북을 지원하는 민간, 종교 단체들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있구요. 요즘 가장 흔한 경우로 먼저 한국에 간 여성들이 자신이 살던 마을의 동료 여성들에게 전화를 걸어 탈출 방법을 가르쳐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탈북자들을 돕는 일부 선교단체 관계자들은 정말 어려운 처지에 놓인 탈북 여성들을 돕는 것은 필요하지만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하는 여성들 마저 주위에 동요돼 탈출하는 경우가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사라져 가정이 파괴되는 경우가 늘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