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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인종주의자로 공격받는 소토마요르 대법관 내정자


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중남미계, 즉 히스패닉으로 최초로 연방 대법관직에 임명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 내정자는 앞으로 연방 상원에서 인준을 받아야, 정식으로 대법관직에 취임하게 됩니다. 그런데 요즘 이 소토마요르 내정자의 인준과정에서, 한 단어가 워싱턴 정가에서 논란이 되고 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바로 '히스패닉'이란 단어입니다.

(문) 아시다시피, 소토마요르 대법관 내정자는 푸에르토리코 이민자의 후손입니다. 푸에르토리코는 중미에 있는 나라기 때문에 소토마요르 내정자는 라틴계, 다른 말로는 히스패닉계라 할 수 있죠? 그런데 소토마요르 내정자가 이 히스패닉계라는 것이 인증 과정에서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건가요?

(답) 네, 소토마요르 내정자는 그동안 자주, 자신이 히스패닉계이고, 이런 자신의 인종적인 정체성이 자신의 인생과 판사직 수행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일부 보수파들은 소토마요르 판사의 이런 특성이 공평무사한 판결을 펼쳐야 할 대법관 자리에 맞지 않다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문) 얼마 전에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 신문이 소토마요르 내정자가 행한 84개 연설문을 분석한 기사를 실었었는데 이 기사를 보니까, 소토마요르 내정자는 연설에서 히스패닉이라는 민족적 정체성을 많이 강조했다고 하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소토마요르 내정자는 1996년에 행한 연설에서 히스패닉 청중들에게 유색인종으로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뭉쳐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소토마요르 내정자는 또 같은 해 행한 다른 연설에서는 자신 안에 타오르는 라틴의 피는 영원히 타오르는 불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문) 연설을 보면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이 엿보이는데요, 이런 소토마요르 내정자의 성향은 판사직 수행에도 물론 영향을 미쳤겠지요?

(답) 그렇습니다. 바로 이 점이 소토마요르 내정자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점이죠. 소토마요르 내정자는 지난 2001년에 현 인준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논란의 단초를 제공한 연설을 합니다. 소토마요르 내정자는 이 연설에서 풍부한 경험을 가진 히스패닉계 여성이 그렇게 살지 못한 백인 남성보다 더 나은 판결을 할 때가 많다는 말을 했습니다.

(문) 소수 인종으로 뉴욕의 저소득층 거주지에서 성장해, 대법관에 내정된 소토마요르 판사의 인생 역정을 보면 공감이 가는 말이기도 한데, 하지만 보수파들 눈으로 보면 불편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는 발언이겠군요?

(답) 물론입니다. 먼저 인준 청문회에서 소토마요르 내정자를 검증할 상원 법사위의 공화당 의원들은 소토마요르 내정자가 정치적이고 개인적이며 또 감정적인 문제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종적인 문제에 집착해서 공정하지 못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이죠? 이들은 또 최근 미국 연방 법원에서 나오는 판결들을 보면, 소수 인종들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들을 없애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강한 인종적 정체성을 가지고 법률을 해석하는 소토마요르 내정자의 성향이 이런 미국 법조계의 현 추세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그런데 소토마요르 내정자가 여성이나 소수 인종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죠?

(답) 그렇습니다. 이에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라면, 얼마 전에 소수 인종을 배려한 승진 제도가 부당하다고 백인 소방관들이 소송을 냈는데요, 소토마요르 판사는 백인 소방관들의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죠? 하지만 소토마요르 내정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소토마요르 내정자가 판결에서 언제나 항상 소수 인종이나 계층의 손을 들어 주지는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자, 현재 보수진영에서 이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아예 소토마요르 내정자를 인종주의자로 비난하는 소리도 있더군요?

(답) 네, 인종주의라고 하면 보통 백인종이 다른 소수 인종을 차별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 소토마요르 내정자 경우는 그 반대입니다. 바로 소수 인종이 백인을 차별한다는 의미가 되죠.

(문) 골수 보수파들은 아예 소토마요르 내정자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고 있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런 비판에 역시 극보수파 방송인인 러시 림보 씨가 빠질 수는 없겠죠? 림보 씨는 소토마요르 내정자를 역인종차별주의자라고 비난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대법원을 인종주의로 공격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유명한 정치인이죠?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 의장도 한마디 했네요. 깅그리치 씨는 소토마요르 내정자를 히스패닉계 여성 인종주의자라고 규정하면서, 대법관에 백인 남성 인종주의자를 임명할 수 없듯이, 히스패닉 여성 인종주의자가 대법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 히스패닉 여성 인종주의자라는 말이 특이하네요. 현재 보수파들은 소토마요르 내정자를 인종주의자로 몰아붙이면서 그의 인준을 반대하고 있지만, 인준 과정에 참여하게 될 공화당의 사정은 그렇게 편하지는 않죠?

(답) 그렇습니다. 공화당의 현재 처지, 한마디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만일 공화당이 소토마요르 내정자의 지명을 반대하지 않으면, 가장 큰 지지층인 보수층이 반발을 하겠죠? 그렇다고 보수층을 생각해서 무조건 인준을 거부했다가는 현재 미국에서 엄청나게 힘이 커지고 있는 히스패닉계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문) 그런데 무엇보다 소토마요르 내정자가 미국 내 히스패닉계에게 큰 자긍심을 심어준 것은 사실 아니겠습니까?

(답) 물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초의 히스패닉계 대법관 지명을 거부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 되겠습니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이 히스패닉계의 66%가 민주당의 바락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물론 지난 대선에서 히스패닉계의 대다수가 오바마 후보를 지지했다고 해서, 공화당이 정권을 내준 것은 아닙니다만, 앞으로 있을 각종 선거에서 한 표가 아쉬운 공화당으로서는 현재 미국 전체 인구의 17%에 달하는 히스패닉계를 적으로 삼는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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