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에서는 북한의 최근 동향과 후계 체제를 점검해 보는 특집방송을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다섯 차례에 걸쳐 보내드리는 특집방송,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북한의 최근 동향에 대한 미국과 주변국들의 시각과 움직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근삼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 최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셋째 아들 김정운을 후계자로 확정했다는 보도와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요. 미국과 주변국 정부들은 북한의 이런 후계 움직임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까?
답) 북한 내부의 정치 변화는 북 핵 문제 등 지역의 주요 현안과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은 면밀하게 정보를 수집하고 또 분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매우 폐쇄적인 나라이고, 특히 후계 관련 사항은 외부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사항이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매우 조심스럽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 김정운 후계설이 최근들어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은 한국의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관련 브리핑을 받았다고 말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이후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김정운이 후계자로 지목됐는지 확인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미국 역시 매우 조심스런 입장인데요. 로버트 우드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운 후계설 관련 질문을 받고, 추측성 보도들을 봤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답했습니다.
문) 중국이나 일본 같은 다른 주변국들의 반응은 어떴습니까?
답) 중국 역시 매우 조심스런 입장인데요. 중국 외교부의 친강 대변인은 이번 주 정례브리핑에서 김정운 후계설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그러냐?' '정말이냐?' 하는 식으로 오히려 반문하면서, 그런 상황에 대해서는 파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일본 외무성은 북한의 내부 동향에 대해 매우 높은 관심을 갖고 있고, 도 앞으로도 정보 수집과 분석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물론 후계구도가 공식적으로 확정될 때까지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을 텐데요. 하지만 주변국들은 북한 내 정치 상황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또 나름대로 분석을 하고 있을텐데요?
답) 미국도 지난해 말에 이미 북한에 후계 관련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이 전직 고위 관리의 말인데요.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씨는 최근 저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지난 해 12월부터 후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와일더 씨는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복귀한 지난 연말부터 후계 작업에 착수해서 올 1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며, 미국은 이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북한의 '노동신문' 사설 등 북한으로부터 나오는 문헌자료 등을 참고해 권력 승계 움직임을 파악했다고 말했습니다.
문) 그러니까, 미국도 내부적으로는 지난해 말부터 북한의 권력 승계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얘기군요?
답) 네. 또 미국 정부 내에서는 북한 내부의 정치 불안과 후계 작업이 최근 잇따른 도발 행위의 한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이 워낙 폐쇄적인 나라이다 보니, 보다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에는 정보가 매우 부족하다는 게 전직 고위 관리들의 지적입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냈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미국은 북한의 후계 움직임에 대한 정보가 매우 부족하며, 후계 작업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은 직접 상황을 파악하는 대신에,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미리 수립하는 방법 밖에 택할 수 없다고 차 교수는 말했습니다.
문) 북한과 비교적 가까운 중국과 일본 정부는 현 상황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습니까?
답)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최근 일본 관리의 말을 인용해서 '셋째 아들인 김정운이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정보가 복수의 외국 정부로부터 들어오고 있다'고 보도했는데요, 일본 정부도 북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는 앞서 말씀드린대로 정부의 움직임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데요. 하지만 중국 언론들은 한국발로 김정운 승계 관련 소식을 전하면서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핵실험 이후 중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요, 북한의 후계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 주변국들의 입장에서는 북한 권력 내부의 변화가 매우 중대한 사안일 수 밖에 없을텐데요. 앞으로 후계 움직임이 공식화되고 현실로 드러날 경우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와 대비는 어떤 것인지요?
답) 북한의 후계 체제에 대한 관심은 지난 해 여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이후 더욱 높아졌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의 통치 불능 상황이 발생하고 북한의 급변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각국에서 제기돼왔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랜 지도자 수업과 공개 활동을 거쳐 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권력을 승계했을 때에 비해 현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소인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도 북한의 권력 승계와 관련해, 각국은 불확실한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클링너 연구원은 북한의 권력 승계가 이뤄지면 이전과는 달리 불확실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면서, 특히 이런 정치적 불안 사태는 북한의 핵무기와 관련해 우려를 갖게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