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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기획 2] 북 후계 움직임이 대내외정책에 미친 영향


지난 해 8월 불거져 나온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설 이후 미국과 한국 등 주변국들에서는 북한 내 권력 승계와 관련한 보도와 관측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와 추가 핵실험을 실시한 것은 후계구도 확립을 위한 권력 내부의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다섯 차례에 걸쳐 보내 드리는 특집방송,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강경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북한의 대미, 대남 정책과 후계 문제를 둘러싼 북한 내부 동향에 관한 소식을 이연철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은 지난 달 25일, 2차 핵실험을 전격 실시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을 한층 더 고조시켰습니다.

"우리의 과학자 기술자들의 요구에 따라 공화국의 자위적 핵 억제력을 백방으로 강화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2009년 5월25일, 또 한 차례의 지하 핵실험을 성과적으로 진행하였다."

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자국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에 반발해 핵실험을 실시하겠다고 예고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강행됐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같은 강경 자세와 도발적 행동의 배경에 북한 내부의 체제 정비, 특히 후계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대학교의 한반도 전문가 피터 벡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 이후 잇따라 대규모 군중대회를 연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내부 체제 결속을 다지고 후계 작업에 착수하기 위해 핵실험을 실시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최근 미국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핵은 정권의 중요한 업적으로, 주민들에게 혹독한 고통을 감내하도록 선전할 수 있다고 지적해 그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4월5일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도 후계 구도의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고,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핵 전문가 짐 월시 교수는 말했습니다.

월시 교수는 김 위원장이 지난 해 뇌졸중을 앓았음을 지적하면서,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북한 내부에서 지도부 교체와 후계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으며, 로켓 발사도 그런 북한 내부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혁명적 대고조'를 촉구하면서 대대적인 내부 단속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습니다. 이어 2월 군 최고위급 간부에 김 위원장 측근 인사들을 전진 배치하는 인사를 단행하고, 4월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12기 1차 회의를 통해서는 김정일 3기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국방위원회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북한은 또 5월 초부터 '1백50일 전투' 라는 속도전 돌입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민들에 대한 노력 동원이 강화되고 노동 강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사회적인 통제도 훨씬 강해지면서, 사회 내부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탈북자 출신으로 워싱턴에 있는 미국북한인권위원회 방문연구원인 김광진 한국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의 이 같은 조치들이 후계 구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속도전은) 70년대 초반부터 김정일이 국가통치나 사회주의 건설에 많이 개입을 하고 적극적으로 주도하면서 나온 게 이 전투방식인데, 그것들을 지금 다시 들고 나오는 것 같고, 좀 조심스럽게 후계 구도와 관련된 움직임이 아닌가 생각이 되네요."

북한은 이 같이 대내적인 체제 단속과 함께, 대외적으로는 초강경 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초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이런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자국의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의장성명을 채택하자 곧바로 6자회담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이런 회담에 더 이상 절대 참여하지 않을 것이며, 6자회담의 그 어떤 합의에도 더 이상 구속되지 않을 것이다"

또 핵 시설 원상복구와 폐연료봉 재처리 작업을 재개하며, 경수로 발전소를 자체 건설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위해 영변에 머물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과 미국의 불능화 팀을 추방했습니다.

북한은 이후 예고대로 핵실험을 강행한 뒤 유엔 안보리가 대북 제재 방안을 논의하자, 안보리가 더 이상의 도발을 해 오는 경우 추가적인 자위적 조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외무성은 지난 5월 8일,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1백일 간의 정책동향을 본 결과, 대북 적대시 정책 면에서 부시 전임 행정부와 조금도 차이가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습니다.

또한, 지난 3월 북한과 중국 접경 두만강 인근에서 탈북자 문제를 취재하던 미국인 여기자 2 명을 체포해 두 달 보름 가까이 억류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대한 위협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국 정부가 핵실험에 대응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 전면 참여를 선언하자, 강력한 군사적 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더 이상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남측 5개섬의 법적 지위와 그 주변 수역에서 행동하는 미제 침략군과 괴뢰 해군함선, 일반 선박들의 안전항해를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또한 지난 4월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을 내세워, 서울이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권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등 군사적 도발도 불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위협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특히 개성공단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1일부터 공단 출입 인력과 차량을 대폭 줄이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한 북한은 지난 3월 미군과 한국 군의 합동군사훈련 기간 중 개성공단 통행을 3차례나 차단했습니다. 5월 15일에는 자신들이 제시할 공단 운영 조건을 무조건 받지 않으면 공단에서 나가도 무방하다며 공단 폐쇄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현재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핵실험을 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미사일 카드를 꺼내 드는 초강수를 들고 나온 가운데, 과연 북한의 도발적 행위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지도자 김 위원장의 건강과 불안한 후계 구도를 고려하면, 북한이 당분간 최대 현안인 안정적인 후계 구도 마련과 체제 결속을 위해 외부 위협을 과장하며 도발 행위를 계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워싱턴 소재 민간 연구기관인 '정책연구소'의 존 페퍼 국장은 지금 같은 양상이 계속된다면 상당 기간 동안 북한과의 대화나 협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임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 국장을 지낸 데니스 와일더 브루킹스연구소 방문연구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북한은 후계체제 문제가 정리된 뒤에야 강경 기조를 접고 대화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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