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기자들이 1일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와 면담했습니다. 두 기자가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를 면담한 것은 억류 이후 이번이 세 번째입니다. 이런 가운데 두 기자의 가족들이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공개적으로 두 기자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김근삼 기자. 북한이 미국인 기자들에 대해 오는 4일 재판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었는데요. 현재 두 기자는 어떤 상태입니까?
답)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 관계자들이 1일 미국 정부를 대신해 두 기자들을 면담했습니다. 3월30일과 5월15일에 이어 세 번째 면담인데요. 국무부는 면담 사실은 확인했지만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현재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또 어떤 상태인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다만 두 기자는 지난 달 26일 가족과 처음으로 통화했고, 또 지난 15일 외교관 면담 때 가족들에게 편지를 전했는데요. 이들은 두 달 이상 북한에 억류돼 있으면서 심적인 부담은 크지만, 육체적으로는 큰 문제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그런데 1일 가족들이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미국 주요 언론에 출연해서 공개적으로 두 기자의 석방을 촉구하고 나서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중국계인 로라 링 기자와 한국계인 유나 리 기자의 가족들이 미국 동부시간으로 1일 오전 'NBC' 방송의 '투데이 쇼'에 출연했는데요. 로라 링 기자의 언니이며 역시 언론인인 리사 링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리사 링 씨는 한국계인 유나 리 기자의 4살 난 딸이 석 달 가까이 엄마 없이 지내고 있고, 또 동생인 로라 링 기자는 궤양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가족들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유나 리 기자의 딸 한나 양은 아직 엄마가 억류돼 있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일 때문에 오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주위를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문)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두 기자의 석방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답) 그렇습니다. 이날 방송에 나온 가족들은 두 기자가 미국에서 출발할 때 북한 땅에 들어갈 계획이 전혀 없었다면서, 만약 북한 정부의 주장대로 북한 땅에 들어갔다면 의도한 것이 아니며 가족들이 대신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가족들은 또 이들의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는데요, 두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둘러싼 정치적 긴장 상태와는 별도로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통해 이들을 가족의 품에 돌려보낼 것을 요청했습니다.
문) 가족들은 그 동안 언론과의 인터뷰도 거부한 채 침묵을 지키지 않았었습니까? 그런데 재판을 사흘 앞두고 전격적으로 언론에 출연해서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답) 미국 국무부는 그 동안 두 기자 억류 사태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조용한 외교를 통해 이들의 석방을 추진하는 게 최선이라는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국무부는 가족에게도 언론과의 접촉을 자제하도록 요청했고요, 가족들도 지난 주까지는 두 기자의 안전과 석방을 위해 침묵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한반도 긴장과 맞물려 자칫 두 기자의 조속한 석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고요, 특히 지난 달 26일 두 기자와 직접 통화한 뒤에는 더 이상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북한은 두 기자에 대한 재판을 오는 4일 실시한다는 계획인데, 어떤 결과가 예상됩니까?
답) 북한은 앞서 두 기자에 대해 불법월경과 적대행위 혐의를 확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북한 법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대 10년 형에 처해질 수 있는 심각한 혐의인데요. 하지만 미국인이 이런 혐의로 북한에서 재판을 받은 선례가 없기 때문에, 과연 재판이 어떤 방법으로 진행될지, 또 최종 선고까지 며칠이나 소요될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두 기자가 가족들에게 자신들을 위해 북한 변호인이 선임될 것이라고 말한 점도 눈길을 끄는데요. 가족들은 올해 초 이란에서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고 풀려난 미국인 기자 록사나 사베리처럼, 설사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집행유예로 석방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문) 북한이 두 기자 억류 사태를 정치 상황과 연계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핵실험을 실시한 바로 다음 날 두 여기자와 가족 간 전화통화를 허용했습니다. 또 두 기자에 대한 조사와 재판 준비 상황 등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해왔고요. 따라서 북한이 최근 고조된 미국과의 긴장 관계에 국면 전환을 추진해 보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미국 정부는 정치와 두 기자 억류 사태는 별개라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문) 과거 미국인이 북한에 억류됐을 때, 고위급 특사가 평양을 방문해 석방을 성사시켰던 사례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은 없을까요?
답) 전임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국장을 지냈던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 신문에 앨 고어 전 부통령을 특사로 파견해야 한다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두 여기자가 소속된 '커런트 TV'의 공동 설립자이기 때문에 명분도 있다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미국 정부는 특사 파견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재판 진행 과정과 북한 정부의 입장에 따라, 미국 관리나 특사가 북한에 파견돼 석방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앞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의 재판 일정 발표에 대해 두 기자가 곧 석방될 수 있는 신호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과연 두 기자가 어떤 과정을 통해 석방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