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90년대 후반 이래 최악의 식량난에 직면해 있으며 식량을 구하기 위한 주민들의 탈북이 늘고 있다고,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사면위원회가 밝혔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특히 점점 더 악화되는 식량난으로 북한 내 인권 침해 사례가 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서지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1990년대 후반 이래 최악의 식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국제 인권단체가 경고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 엠네스티 인터내셔널은 28일 발표한 2009 연례 보고서에서 수천 명의 북한주민들이 식량 부족과 경제적 이유 때문에 중국으로 국경을 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라지브 나라얀 동북아시아 연구원은 북한의 식량 부족 현상이 더욱 우려되는 이유는 식량난이 악화될수록 더 극심한 인권 침해 사태를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식량난으로 더욱 많은 탈북자들이 속출하고, 탈북 중 잡히면 강제수용소에서 고문을 당하는 등 부당한 처우를 받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지적입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세계식량계획, WFP의 자료를 인용해 북한의 여성, 어린이, 노인 등 취약계층 수백 만 명은 식량 생산량과 수입량 감소로 지난 10년 간 경험하지 못한 정도의 굶주림을 체험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WFP와 식량농업기구, FAO가 8개 지방 53개 군을 조사한 결과 북한 가구의 4분의 3 가량이 식량 섭취량을 줄였으며, 대부분의 가구가 단백질 음식을 먹지 못하고 곡물과 채소에 의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나라얀 연구원은 북한주민들이 식량 부족으로 야생 식물들을 먹어 특히 5살 미만 아동 등에 이질 등 소화기관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이처럼 식량 부족 현상이 매우 중대한 수위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최소한의 필수 식량 확보에 실패했다며, 북한은 남북 간 긴장 관계 때문에 과거 쌀과 비료를 가장 많이 북한에 지원했던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특히 식량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퍼지지 않도록 북한 내 장거리 전화가 불통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이어 이처럼 식량 부족으로 북한을 떠나는 사람들은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중국에 짧게 머물거나 여성들의 경우 장기간 북한에 머물며 중국 농부들과 결혼한다고 전했습니다. 일부 탈북 중개인들은 강제결혼을 통해 인신매매의 부당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대부분의 중국 내 탈북자들은 강제북송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강제북송된 탈북자들은 북한 내 수용소에서 벌목과 채석 등 신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을 하루에 10시간 이상, 쉬는 날 없이 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또 수용소 내 교도관들은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빨리 일하지 않거나 선동가요 가사를 잊었다는 이유로 구타를 가한다고 전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또 수용소 수감자들은 수감 중이나 석방 직후 강제 노동과 식량 부족, 폭력, 의료 지원 부족과 비위생적인 생활 환경 때문에 질병에 걸리거나 죽음을 맞이한다고 밝혔습니다.
나라얀 연구원은 특히 최근의 식량 부족으로 수용소 수감자들의 건강 상태가 악화돼 더 많은 죽음을 초래할 수 있으며, 식량 위기 사태가 계속되면 북한 당국에 대한 반발 등으로 잠재적인 소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또한 북한주민들의 정신건강도 위협받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탈북자들은 중국을 거쳐 태국 등 제 3국으로 이동하며 이 가운데 대부분은 한국으로 가지만 한국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주로 유럽을 비롯해 다른 나라로 다시 이주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나라얀 연구원은 탈북자들은 중국, 동남아, 몽골 등에서의 극적인 탈출 과정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많은 사람들이 붙잡혀 강제송환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 개월, 수 년간의 기나긴 탈출 과정에서의 스트레스,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걱정 등으로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해 장기적으로 우려가 되는 상황이라는 지적입니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이밖에 북한 당국은 언론과 종교의 자유를 강하게 통제하고 국제사회의 인권 감시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