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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핵실험으로 국방비 과다지출 우려


북한 정부는 지난 25일 실시한 2차 핵실험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당연한 일이라는 주장이지만 과도한 국방비 지출이 오히려 주민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 북한이 2차 핵실험에 투입한 비용. 적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답) 북한 정부가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를 산출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정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화 3억에서 4억 달러가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 3-4억 달러면 북한 예산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인데 어떤 근거로 그런 수치가 나왔습니까?

답) 원자로 건설에 6천-1억 2천만 달러, 플루토늄 생산에 2천 4백만 달러 정도가 들어가고 기폭장치 개발과 고폭실험 등에 1억 달러 안팎의 돈이 투입되기 때문인데요. 미국의 일부 핵 전문가들도 이런 산출이 대체로 합리적인 수치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경제구조와 인건비가 외국과 비교해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핵실험을 실시했을 것이란 지적도 있지만 기본적인 장비와 부품 등을 감안하면 분명 적지 않은 돈을 투입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 지난달 초에 실시된 장거리 로켓 발사에도 상당한 돈이 투입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는 당시 북한 정부가 장거리 로켓 발사에 3억 달러 안팎을 지출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의 로켓 발사 뒤 "만성적인 식량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엄청난 비용을 들여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데 대해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크게 실망하고 있다" 고 말했었습니다.

) 액수가 커서 느낌이 잘 오지 않는데요. 북한의 식량 사정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규모로 추산할 수 있겠습니까?

문) 한국의 '연합뉴스'는 지난 4월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3억 달러면 지난 여름 기준으로 국제시장에서 쌀 1백만t을 구입할 수 있는 액수라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1년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규모고, 쌀이 아닌 강냉이와 잡곡 등을 구입하면 훨씬 더 많은 식량을 구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지난 여름 중국 단동 현지에서 북한으로 밀수되는 중국산 쌀의 비용을 알아본 결과 운반비까지 합해 1t 당 미화 5백 달러를 받고 있었는데요. 이 밀수 비용을 적용해도 60만t 을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 북한 정부가 지금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한 예산을 모두 합하면 훨씬 더 많은 액수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답) 네, 한국 청와대 관계자는 정보당국의 보고를 인용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입한 돈이 미화 26억 달러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말했습니다.

) 북한의 1년 예산과 비교해 볼 때 어느 정도나 차지하는 겁니까?

답) 북한의 김완수 재정상은 지난 달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2기 1차 회의에서 올해 예산수입이 지난 해보다 5.2% 증액됐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해 예산이 북한 돈 4천 5백억 정도로 한국 정부가 추산한 것에 미뤄보면 올해 예산은 4천 8백26억 정도로 추산됩니다. 북한 정부의 공식환율 1달러에 1백40원을 적용하면 미화 34억 5천만 달러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올해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국방비는 총 예산의 15.8% 로 지난 해와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는 예산이 증가했기 때문에 북한의 국방비는 총 5억 5천만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그럼 국방비가 상대적으로 많은 겁니까?

답) 남북 대치 상황에서 전체 예산의 11% 정도를 지출하는 한국과 비교하면 차이가 적지만 평균 5% 미만을 지출하는 대부분의 나라들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국방비가 대외 통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비확산 문제를 논의했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부는 총예산의 절반을 국방비에 지출하는 이상한 나라라고 지적했습니다.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역시 올 초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 정부가 과도한 예산을 국방비에 지출해 주민들의 삶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국방비를 줄이고 대신 식량 증대 등 주민 복지를 증진해야 한다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북한경제 전문가인 김광진 미국북한인권위원회 방문연구원은 주민들이 땀 흘려 모은 수 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정권 유지를 위한 군사비로 지출되기 때문에 북한주민이 계속 피폐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충성의 외화. 혁명자금으로 갖다 바친, 인민생활과 국가경제 회생에 쓰여야 할 그 많은 재원들을 체제 안전보장과 핵 위협을 가하는 데 쏟아 붓고 있습니다. 김정일의 혁명자금은 1년에 몇 억불씩 되겠죠."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3월 발표한 2009 북한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장거리 로켓과 핵 문제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되고 봉쇄 수준으로 이어지면 북한의 무역 규모가 최고 2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민들의 식량난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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