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북한에 제안했던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이 북한 측의 거부로 무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북한에 억류 중인 유모 씨 문제와 개성공단 문제를 분리해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규환 기자가 자세한 소식 전해드립니다.
한국 정부가 18일 오전 10시 열기로 제안했던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이l 북한 측이 끝내 답변을 보내오지 않는 바람에 무산됐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회담이 사실상 열리기 어렵게 됐다"며 "북한 측이 회담 제안에 호응해 오지 않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남북한 당국이 직접 만나 대화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입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후속 회담을 열 것을 계속 제기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15일 북한이 실무회담 제안에 응하지 않자 18일 회담을 갖자고 다시 제의했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현재 북한과 회담을 재개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데 부심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개성공단을 유지해야 한다는 기본방침에 따른 것으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개성공단 폐쇄나 중단은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18일 남북회담이 현 상황에서 중지돼서는 안 된다며, 한국 정부는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회담을 다시 제기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인택 장관은 특히 북한 당국에 일방적인 주장과 제한 조치들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계약을 파기하는 등 일방적인 주장과 제한 조치들을 철회하고, 모든 합의들을 준수할 것을 요구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후속 회담을 곧바로 제의하는 대신 개성공단 입주기업 간담회를 여는 등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사건과 개성공단 재협상 문제를 분리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이와 관련해 "유 씨 문제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 문제가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다각적인 대안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북측과 만나서 얘기하는 과정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여러 가지 다각적으로 대안을 진행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
통일부는 지난 주 실무접촉 과정에서 "북한 측이 유 씨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다고 해도 일단 개성접촉에 임한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당국은 억류 중인 유 씨를 간첩죄 등의 명목으로 북한법에 따라 처리할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북한 측은 지난 15일 한국 측에 보낸 통지문에서 유 씨에 대해 언급하면서 "개성공업지구에 현대아산 직원의 모자를 쓰고 들어와…"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유 씨가 현대아산 직원이 아닌데 현대아산 직원임을 가장했고, 따라서 이 문제는 개성공단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는 북한 측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 정부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한편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은 무산됐지만,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남북출입사무소 입경과 출경은 정해진 시간에 정상적으로 진행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