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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위기로 아태지역 정치 불안정 심화


워싱턴에서는 12일 미국과 아시아 각국의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제 금융 위기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미친 정치적 영향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전문가들의 다양한 견해를 이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24개 회원국 정부와 학계, 경제계 주요 인사들이 모여 경제협력 증진 방안을 모색하는 민간협의체인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PECC)' 제 18차 총회의 일환으로 열렸습니다.

미국 하와이대학 부설 '동서문화센터' 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인도네시아 국제전략문제연구소'의 유수프 와난디 선임 고문은 국제 금융 위기의 여파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와난디 고문은 국제적으로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가 시작되면서 아태 지역의 수출이 크게 줄고 개발원조와 투자도 감소했다면서, 이에 따른 빈곤과 실업률 증가로 정치적 불안정이 가중됐다고 말했습니다.

와난디 고문은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협력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주요 20개국 G-20 가운데 아태 지역과 북미 지역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외무차관을 역임한 노가미 요시지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이사장은 이번 위기의 여파로 아태 지역 국가들의 사회안전망이 극도로 부실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앞으로 이 문제가 역내 국가들의 정치적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노가미 이사장은 아태 지역 국가들의 의료보험과 실업자 보험이 부실하고 노령화 사회에 대한 대비책도 거의 마련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아태 지역 국가들에서는 급속한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며, 이제는 경제성장의 결실을 현명하게 공유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스테이플튼 로이 '키신저 미중연구소' 소장은 이번 국제 금융 위기의 와중에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더욱 높아진 데 주목했습니다. 로이 소장은 만일 중국이 이번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국제금융계에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외부세계에 대한 중국인들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이 소장은 서방세계를 조롱하면서 중국이 세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최근 출간된 중국책 '중국의 불만족(China is Unhappy)' 를 예로 들었습니다.

로이 소장은 중국 정부는 역할 확대론을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일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얻고 있다면서, 이 문제가 중국 정부에 최대의 위험을 안겨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산하기관인 '중국국제문제연구소' 내 '아시아 태평양 안보협력연구실'의 선시순 실장은 국제적 금융 위기가 부정적인 영향만 끼친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강대국들 간의 협력이 활발한 가운데 아태 지역 국가들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이 참가하는 아세안 +3 등 다자간 협력이 더욱 활발해졌다는 것입니다.

선 실장은 또 국제적 금융 위기로 촉발된 정치적 논란을 지적했습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이 둘을 결합한 체제 등 어떤 경제체제가 더 낫고 지속적인 발전 모델이냐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제임스 스타인버그 미 국무부 부장관은 아태 지역이 미국 경제에 중요하다며, 미국은 이번 국제 금융 위기 극복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더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APEC과 아세안, 그리고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ARF 같은 공식 기구들을 통해 아태 지역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북 핵 6자회담도 그같은 수단의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스타인버그 부장관은 6자회담은 미국과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직면한 공동의 도전에 대한 해결책을 추구하는 자리일 뿐 아니라,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비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성명을 이끌어 냈듯, 참가국들 간 협력의 장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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