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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판사, 아프리카 정상들 비리 조사키로


아프리카 일부 국가 현직 대통령들의 돈세탁과 공금 횡령 혐의가 법정에서 다뤄질 전망입니다. 그 것도 이들 국가들과 매우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프랑스에서 조사가 이뤄지게 됐는데요. 부패 척결이라는 원칙이냐, 아니면 동맹국으로부터의 경제적 이득과 관련된 국익이냐를 놓고 프랑스 사법계가 고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문)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 대통령들입니까?

답) 3개 국가 지도자들이 연루됐는데요. 가봉의 오마르 봉고 대통령, 콩고공화국의 드니 사후 은게소 대통령, 그리고 적도기니의 테오도로 오비앙 대통령이 조사 대상입니다.

문) 아프리카 대통령들의 비리를 왜 프랑스에서 조사한다고 나선 거죠?

답) 물론 프랑스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대통령들과 가족들은 프랑스에서 호화주택과 고급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데요. 문제는 그 돈이 어디서 났느냐는 거죠. '국제투명성기구' 프랑스 지부는 이들 대통령들과 가족들이 공금을 횡령해 프랑스에서 사치스런 돈 잔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 '국제투명성기구'요? (네) 그러니까 문제를 제기한 주체가 프랑스 사법 당국이 아니고 국제기구군요?

답) 그렇습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반부패 국제 비정부기구인데요. 매년 각 나라의 부패지수를 발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이 기구의 프랑스 지부 회장, 다니엘 레베끄라는 사람이 이들 아프리카 지도자들에 대한 소송을 프랑스 법원에 제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 소송이 주목을 받은 데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국제기구의 이 같은 수사 요청을 프랑스의 수사 판사가 받아들였다는 점 때문입니다.

문) 수사 판사, 다른 나라에서는 좀 생소한 프랑스 특유의 사법제도죠?

답) 예, 프랑스에서는 현행법상 수사 판사가 사법경찰을 지휘하고 직접 수사를 담당합니다. (통상적으로 검사가 하는 일이군요). 예, 프랑스에서 검사는 사법경찰을 수사 지휘하기는 하지만 직접 수사는 하지 않습니다. 수사 판사는 그야말로 구속, 압수수색, 통신감청 등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인데요. 이 수사 판사가 아프리카 대통령에 대한 혐의를 인정하고 수사에 착수한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죠. 이번 소송에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는 국제투명성기구 프랑스 지부의 다니엘 레베끄 회장의 발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사법제도의 이같은 특징을 알아야 합니다. 레베끄 회장의 얘기, 들어보시죠.

문) 예…국제투명성기구가 현직 대통령이나 장관들에 대해 제기한 수사 요청을 프랑스 수사 판사가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군요.

답) 그 뿐만 아니라 이제 국가원수나 장관급 인사들이 횡령한 공금을 환수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렸다, 상당히 역사적인 결정이다, 그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문) 이제 수사 절차만 남았네요.

답) 그런데 반드시 그렇지 만도 않습니다. 바로 그런 방해요소가 있다는 것이 이번 소송의 복잡성입니다. 문제는 프랑스 검찰 당국입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이미 법무부에 제출했는데요. 현재 항소를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오래 걸리는 정도가 아니라 최악의 상황에는 끝없는 공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문) 검찰이 3명의 아프리카 대통령에 대한 소송에 이렇게 반기를 드는 이유, 역시 정치적인 판단인가요?

답) 바로 그렇습니다. 문제의 아프리카 국가 중 가봉과 콩고는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은 역사를 갖고 있고 현재도 가장 가까운 우방국입니다. 특히 프랑스 에너지 전문그룹인 '토탈'은 가봉과 콩고에서 대규모 원유 시추 사업을 벌이고 있고 그 외 수많은 프랑스 기업들이 두 나라 정부와 석유 관련 장기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문) 역시 경제적 이익을 둘러싼 '낯설지 않은' 갈등이군요.

답) 새로운 얘기는 아니죠? 또 적도기니는 프랑스 식민지는 아니었지만… (스페인 식민지였다고 하죠?) 네, 그래서 프랑스 정부와 아주 긴밀한 관계라고는 할 수 없지만 역시 잠재적인 대규모 석유 수출국이라는 입지를 굳히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황금알을 낳는 이런 국가… (프랑스 입장에서요) 예, 이들 지도자들 비리를 캐겠다고 나설 경우 프랑스와 문제의 아프리카 국가 정부들과의 관계가 험악해질 것이라는 사실,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진행자) 프랑스 정부 뿐 만이 아니라 세계 열강들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는 문제 같습니다.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수사 판사의 의지가 관철될 경우 국익과 상충될 수 있다는 그런 '선택의 문제'인데요. 그렇다고 비리와 부패가 정의를 앞서서는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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