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주민 동원 운동의 일환으로 이른바 ‘150일 전투’ 돌입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 당국이 대대적인 체제 단속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대외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 따른 대응이라는 분석인데요,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일자 사설에서 “당은 전당, 전군, 전민이 더욱 분발해 150일 전투를 벌일 것을 열렬히 호소했다”며 2012년 강성대국 건설 목표를 위한 새로운 속도전에 돌입했음을 선언했습니다.
노동신문은 1백50일 전투의 돌입 시점을 밝히진 않았지만 오는 10월10일 노동당 창당기념일을 목표시점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와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장거리 로켓 발사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거세지자 내부 체제 단속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통일부 이종주 부대변인은 6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부분 경제 분야 선동을 할 때 많이 써왔던 것으로 알고 있구요, 반복해서 이런 내용의 보도가 나온다든지 관련된 여러 행사 일정이 소개가 된다든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보도나 그런 것들이 있을 지 저희들이 일단 지켜보고 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출신으로 현재 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활동 중인 조명철 박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권력의 전면에 서서히 등장하던 70년대 ‘70일 전투’를 시작으로 ‘몇 일 전투’라는 이름의 대중운동이 간헐적으로 벌어졌지만 2000년대 들어선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경제 건설이나 국가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 데 여건들이 불리할 때 쓰이는 이른바 속도전의 일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조 박사는 1백50일 전투가 경제난 타개를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체제 단속의 의도도 담겨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 국민이 긴장 상태에 들어가요. 노동 현장이라든가 사회질서 확립이라든가 노동생산성 증가라든가 이런 것들이 적극적으로 독려되고 직장이나 기업이나 이런 데서 이탈행위들에 대해선 1백50일 동안엔 뭔가 걸리면 다른 전투기간에 비해서 가중처벌되는 특성이 있어요.”
한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의 이 같은 내부 정비는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의 대립 국면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비난성명과 일부 기업들에 대한 제재 움직임에 직면한 북한은 영변 핵 시설 원상복구와 2차 핵실험 경고 등으로 맞서면서 대외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북-중 접경 두만강 인근에서 탈북자 문제 등을 취재 중이던 미국 여기자 2명을 억류한 뒤 최근 북한법에 따라 재판에 기소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핵실험을 공언한 북한에 대해 지난 달 30일 상원 세출위원회에 출석해 “스스로 더 깊은 무덤을 국제사회에 파고 있다”고 지적했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4일, “미국의 현 행정부가 이전 행정부와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며 오바마 행정부를 비난했습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박사는 북한의 대대적인 체제 단속 움직임은 2012년 강성대국 실현을 위해 필요한 대미 관계 개선에 대한 초조함의 표현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지금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선 경제 문제,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해야 되고 대테러 전쟁에서 아프간 쪽에 중심을 둬야 되고 또 이란의 핵 문제를 해결해야 되고, 이렇게 우선순위가 북한보다는 시급한 곳에 일단은 관심이 가 있고 또 클린턴 국무장관도 과거 북한이 했듯이 나쁜 행동엔 보상하지 않는다 이런 원칙은 확고하단 말이에요.”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가 지속될 경우 북한이 150일 전투 기간 동안 2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해 대내외적으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