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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사임하는 데비이드 수터 연방 대법관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미국 연방 대법원의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이 최근 은퇴 의사를 밝혀 화제죠?

(답) 네, 올해 69살인 데이비드 수터 대법관, 최근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은 오는 6월말에 연방 대법관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뜻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 수터 대법관의 사퇴 의사가 밝혀지자, 미국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입니다.

(문)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수터 대법관은 어떤 인물인가요?

(답) 네, 미국 북동부의 뉴 헴프셔 주 출신인 수터 대법관은 하버드 대학과 같은 대학의 법과 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주요 경력으로는 뉴 헴프셔 주 법무 장관과 뉴 헴프셔 주 대법원 판사를 지냈고요, 올해 초에 물러난 43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아버지, 제 41대 조지 부시에 의해서 지난 1990년에 연방 대법관에 임명됐습니다.

(문)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이 수터 대법관을 임명할 당시, 수터 대법관이 보수파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것을 기대하고 임명했었는데, 수터 대법관은 이런 바람을 가진 보수파들을 줄곧 실망시키지 않았나요?

(답) 그렇습니다. 지난 1980년대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연방 대법관에 강경 보수파를 지명했다가, 상원에서 인준이 거부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쓰라린 경험을 한 뒤에 공화당은 대법관을 지명할 때, 너무 강경한 입장을 가진 사람보다는 온건한 보수파를 임명해서 앞서 겪었던 인준 거부 사태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데요, 이런 와중에서 1990년에 선택된 사람이 수터 대법관입니다. 하지만 수터 대법관은 그후에 공화당의 이런 바람과는 반대로 대부분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의견을 내놓음으로써 보수파들을 낙담시켰죠.

(문) 요즘은 많이 변했습니다만 예전 같으면 한국에서는 대법관 한 명이 바뀌는 것은 그렇게 큰 뉴스거리가 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미국에서는 연방 대법관 한 명이 바뀌게 되면 정가를 비롯해서 언론, 그리고 진보나 보수를 대변하는 단체들 사이에서 한동안 갑론을박이 이어집니다. 이런 사실은 그만큼 이 연방 대법관이란 자리가 미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죠?

(답) 미국의 사법부, 특히 연방 대법원을 미국을 지탱하는 지혜의 아홉 기둥으로 부르는 말도 있습니다. 아홉이라는 숫자가 붙은 것은 연방 대법원이 대법원장을 포함해서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지혜의 아홉 기둥으로 불릴만큼, 이 연방 대법원은 미국 역사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미국의 대법원은 건국 초기 중앙은행 설립 건에 대한 판결을 시작으로 미국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중요한 판결을 통해, 현재의 미국이라는 나라가 성립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문) 특히나 20세기에 들어서 내려진 연방 대법원의 결정들 가운데는 미국 현대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들이 많았죠?

(답) 그렇습니다. 20세기에 들어서 연방 대법원이 내린 판결들 중에는 개인의 기본적 인권과 사상의 자유를 옹호하는 판결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무엇보다도 흑인들의 민권 운동과 관련된 판결이 결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죠? 특히 1950년대 이래 1960년대 말까지 이어진 흑인들의 기본권 보장과 인종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일련의 소송에서 민권 운동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를 통해서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미국 사회가 인종문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고요, 또 미국 안에서 정의와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는 평가를 받게 됐지요.

(문) 각종 사회적 현안들, 가령 낙태나 안락사 문제 그리고 총기 소유 허가 문제 같은 뜨거운 논쟁 거리들은 최종적으로 연방 대법원에 손에 맡겨지게 경우가 많죠?

(답) 그렇습니다. 실질적으로 이런 문제들은 정부가 독자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기가 힘들기 때문이죠. 이런 문제들이 연방 대법원에서 결정되는 때가 되면, 온 미국의 눈과 귀가 이 연방 대법원에 쏠릴만큼 이 대법원의 판결은 미국 사회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문)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9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는데, 대법관들의 성향에 따라 특정 사안에 대한 판결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답) 그렇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은 배심원 제도와는 다르게 만장 일치로 내려지지는 않습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결정되는데요, 9명의 판사 중에 5명 이상이 합의를 본 의견이 다수 의견으로 채택되면서 판결로 정해지게 됩니다. 가령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되느냐 아니냐를 판결한다고 가정해 봅니다. 만일 판결을 내릴 당시 9명의 대법관 중에서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4명이고,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대법관이 5명이면, 아무래도 낙태가 합헌이라는 판결이 나오기가 쉽겠죠?

(문) 이 연방 대법관 자리는 임기직이 아니라 종신직이죠?

(답) 그렇습니다. 대법관이 사망하거나 자발적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누가 물러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자리가 바로 이 대법관 자리입니다. 그래서 이 연방 대법관들은 대개 나이가 많습니다. 현재 최고령인 스티븐슨 대법관이 88살이죠? 이번에 사의를 표명한 수터 대법관이 69살인데, 너무 젊어서 은퇴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문) 종신직이라면, 빈자리가 나오기가 아주 어려운 자리죠? 그래서 이 연방 대법관직에 공석이 생기면 정권을 잡고 있는 여당 측에서는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법관 자리에 자신들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을 앉힐 수 있는 기회가 되겠군요?

(답) 물론입니다. 물론 연방 상원에서 인준을 받아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지명권자인 대통령은 자신들의 생각을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을 대법관 자리에 앉히려고 노력하게 되죠. 예를 들면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라면, 낙태나 안락사 등을 반대하는 인물을 이 자리에 밀려고 할 것이고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라면 낙태나 안락사 그리고 총기 소유 문제 등에 있어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을 지명하게 됩니다.

(문) 현재 미국의 연방 대법원은 보수 성향이라고 볼 수 있겠죠?

(답) 그렇습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롯해서 5명이 보수파로 분류되고요, 나머지 4명이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죠? 이번에 사의를 밝힌 수터 대법관은 진보파로 분류되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자로 진보 인사를 지명해도, 연방 대법원의 보수적인 성향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사실 민주당은 지난 15년 동안 연방 대법관 지명권을 행사하지 못했는데요? 이번 수터 대법관 사직을 계기로 민주당 정부가 과연 보수적인 연방 대법원을 진보적인 색채로 바꿀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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