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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저지서 북한 학교 101 행사


탈북자들은 북한에서의 어려운 생활로 인해 인성이 많이 파괴돼 있으며,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각별한 인내와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지난 주말 미국 동부 뉴저지 주에서 이틀 동안 열린 북한학교 101 행사를 취재한 김영권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문) 지난 주말에 뉴저지 주에서 흥미로운 행사가 열렸군요. 탈북자 섬김을 통한 북한학교 101 이라고요?

답) 네, 101 이란 말은 미국에서 흔히 특정 학문의 가장 기본적인 강의를 할 때 쓰는 표현인데요. 북한에 대해 우리가 막연하게 알고 있는 지식과 탈북자들의 현실에 대해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자는 취지에서 이런 제목을 붙였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미주두리하나선교회 이사장 조영진 목사의 말을 들어보시죠.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현실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정말 어떻게 하면 미래를 준비하고, 특히 미국에 정착한 탈북자 형제자매들을 훈련시키고 함께 미래를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모였습니다.”

문) 이번 행사에는 어떤 사람들이 강사로 나섰습니까?

답) 네, 한국의 북한인권 문제 전문가에서부터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탈북자 유학생, 탈북 지원 운동가,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입국해 살고 있는 탈북자들, 그리고 이들을 돕고 있는 지역의 기독교 사역자들이 강사로 나섰는데요. 북한사회의 기본적인 이해에서부터 탈북자들이 미국에서 살며 겪는 애로점들, 그리고 탈북자들을 돕는 한인 도우미들이 어떤 갈등을 겪고 있는지, 강사들이 각자 자신들의 체험을 말하는 보기 드문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문) 그런데 북한주민들의 인성이 많이 파괴됐다는 주장은 어떤 얘기인가요?

답) 만성화된 식량난과 그에 따른 가정의 파괴와 혼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삶이 인민의 생활에 깊숙하게 자리잡으면서 심리적 안정과 도덕적 체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외형적으로는 수령독재와 주체사상, 공산주의, 유교적 명분이 존재하지만 정부가 인민의 삶을 보장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주민들의 이기심과 눈치가 삶을 보장하는 이중적, 위선적인 사회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인데요. 김일성대학 출신으로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있는 김 모 강사는 이런 무질서한 사회 속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탈출한 탈북자들의 말과 행동을 단순히 외부의 도덕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서로에게 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문) 탈북자들을 흔히 북한주민을 바라보는 창이라고 하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탈북자들의 심리 상태가 어떻다는 건가요.

답) 성장기에 주위로부터 따뜻한 사랑과 칭찬을 받지 못하고 여유 있는 삶을 살지 못하다 보니 대개 자존감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쉽게 상대를 경계하고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위해 이중적이 되고 고집이 세다는 것이죠. 또 피해의식이 강해 쉽게 분노하거나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이들에 대한 도우미들의 이해가 부족해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해가 잦은데요. 미국 중서부에 살고 있는 조이스 씨의 말을 들어보시죠.

“제가 그렇게 살지 않은 데 대해 다른 사람들이 다른 눈으로 보고 이야기하는 점들이 있더라구요. 그게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찌 보면 그 사람이 아닌 이상 그 면을 보고 말할 수 있으니까 저는 이해해요.”

그 밖에도 탈북자들이 겪은 몇 가지 일화들이 소개됐는데요. 사치품을 사는 일부 탈북자들에 대한 도우미들의 반감, 자신들은 변하지 않으면서 탈북자들에게만 변화를 요구하는 도우미들의 일방적인 자세, 감사하는 마음이 적은 일부 탈북자들의 습성 때문에 생기는 오해 등 매우 다양했습니다.

문) 탈북자들은 그런 어려움들을 어떻게 극복하나요?

답) 대개는 신앙적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동부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조셉 군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자신에게 자긍심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가 참 기뻐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악물고 언어가 힘들어도 열심히 공부했어요. 제가 성적표를 받을 때면 제일 마음이 흐뭇해요. 제가 미국에 와서 아버지한테 약속했던 것을 지켜간다는 생각을 하면 아버지도 참 좋아하시겠네 이런 생각이 들죠.”

조셉 군은 뛰어난 성적으로 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전국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만 가입하는 민간 학생클럽의 가입 초청도 최근 받았다고 합니다. 이날 강연에서 본인 스스로 하버드대학에 가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문) 이렇게 잘 적응하는 탈북자도 있지만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요. 전문가들은 어떤 조언을 하고 있습니까?

답) 사랑과 인내를 갖고 끝까지 탈북자들을 섬기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의 방문학자인 윤여상 전 북한인권정보센터 소장은 북한주민들을 아는 만큼 그들을 도울 수 있다며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기다리셔야 합니다. 기다리면서 용서하고 화해하고 또 가르치고 또 배우고 또 기다리고 그러면서 준비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권이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우리가 이해하고 우리가 아는 만큼 도와줄 수 있고 우리가 다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힘은 아는 데서 나오기 때문에 이런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또 정확한 정보 지원, 탈북자들에게 연설과 간증을 자제시키는 대신 먼저 지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꾸준하고 조용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왜 이럴까’ 라고 생각하기 보다 탈북자들이 살아온 환경을 이해하고 오래참고 돕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군요. 얘기 잘 들었습니다. 김영권 기자와 함께 지난 주말 미국 동부 뉴저지 주에서 열린 북한학교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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