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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금] 연방 상원서 꿈의 60석 근접한 민주당


미국 내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함께 하겠습니다.

(문) 한국 정치를 보면 정치적인 이해 관계를 따라 당적을 옮기는 경우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렇게 정치인이 소속 정당을 바꾸는 경우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는 볼 수 없는데요? 최근 연방 상원에서 5선의 한 중진 의원이 당적을 바꿔서 워싱턴 정가에 파장을 몰고 왔죠?

(답) 네, 화제의 인물은 펜실바니아 주 출신의 알렌 스펜터 상원 의원입니다. 공화당 소속이었던 스펙터 상원 의원, 지난 28일, 당적을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기겠다고 밝혔습니다.

(문) 올해 79살인 스펙터 상원 의원은 29년째 연방 상원 의원직에 머물고 있는 공화당의 중진 의원이죠? 그런데 스펙터 의원이 갑자기 소속당을 바꾸게 된 이유는 뭔가요?

(답) 네, 스펙터 의원은 지난 몇 년간 공화당이 너무 우경화됐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공화당의 성향이 자신의 정치 철학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으로 당적을 바꾼다고 밝혔습니다. 스펙터 의원은 공화당안에서도 대표적인 온건파로 분류되고 있는데요, 그동안 공정 임금 법안이나 또 바락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경기부양안 같이 공화당이 강하게 반대한 법안들에 찬성표를 던진 경력이 있습니다.

(문) 외형상으로 보면, 자신의 정치적인 신념을 위해서 당적을 옮기는 것으로 보이는데, 하지만 속내를 보면 이런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겠죠?

(답) 물론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는 일이겠죠? 이 스펙터 의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펙터 의원은 내년에 있을 선거에 나가기 위해서는 당내 경선을 먼저 통과해야 하는데요, 최근 여론조사 결과, 스펙터 의원이 공화당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을 통과하기가 힘들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본선은 커녕, 예선에서도 질 상황에 처했기 때문에 스펙터 의원이 당을 옮기는 것이 아닌가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문) 그런데 일부 미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최근에 취임 100일째를 맞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안겨진 최고의 선물이라고도 지적하고 있더군요?

(답) 네, 스펙터 의원이 당적을 바꾸기 전까지, 모두 100석인 연방 상원 의석 중에서 민주당이 56석을 그리고 공화당이 41석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양당의 의석 수를 합하면 97석이니까 세 자리가 남죠? 이중에서 2석은 무소속 의원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바로 조 리버맨 의원과 제임스 제퍼즈 의원이고요, 나머지 한 석은 현재 법정에서 한창 소송이 진행 중인 미네소타 주의 한 석입니다. 미네소타 주에서는 작년 11월에 벌어진 선거에서 알 프랑켄 민주당 후보가 고작 몇 백표 차이로 승리하자 공화당 측이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거의 7개월째 지루한 법정 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문) 그렇다면 이번에 스펙터 의원이 민주당으로 말을 갈아 타서, 공식적으로 민주당의 상원 의석수가 57석이 된거군요?

(답) 그렇습니다. 하지만 두 명의 무소속 상원 의원이 민주당 정책을 지지하고 있어서 민주당이 현재 연방 상원에서 확보한 의석수는 실질적으로 59석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 만일 미네소타 주에서 민주당의 알 프랑켄 후보가 승리한 것으로 확정이 되면 민주당이 60석을 확보하게 되는 거죠? 그런데 현 상황에서는 민주당의 알 프랑켄 후보가 법정 싸움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만간 민주당이 60석을 확보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문) 일전에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 이 60석은 바로 꿈의 의석수라고 불리고 있지 않나요?

(답) 네, 이 60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잠시 설명해 드릴까요? 보통 한 나라의 의회에서 법안을 두고 투표를 하면,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의원수가 많은 다수당이 항상 이기게 되어 있죠? 그래서 보통 소수당은 특정 법안에 대한 표결에 들어가기 전에 다수당과 협상을 해서 자신들의 생각을 반영하려고 애를 씁니다. 하지만 가끔, 이런 타협이 이뤄지지 않아서, 다수당이 표결을 강행하는 수가 있습니다.

(문) 그럴 때, 소수당이 마지막으로 쓰는 방법이 바로 필리버스터, 즉 의사진행 방해라는 거겠죠?

(답) 그렇습니다. 가령 소수당 의원이 단상에 나와 연설을 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면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을 필리버스터라고 부르는데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다수당 의석이 60석이 되면 이 필리버스터가 법적으로 원천 금지됩니다. 그러니까, 현재 다수당인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필리버스터가 없어지면,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을 의회에서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거죠?

(문) 그런데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런 당적 변경이 흔한 일은 아닌데요?

(답) 역사가들에 따르면 지난 1860년부터 지금까지 연방 상원에서 당적을 바꾼 경우는 모두 20건이라고 합니다. 거의 150년 동안 소속 당을 바꾼 사람이 겨우 20명입니다. 반세기가 조금 넘는 의회 역사에서 정치인들이 끊임없이 당을 바꾸는 한국 정치와는 여러 모로 대조되는 모습이죠?

(문) 그렇군요. 자, 현재 의료보험제도나 노동정책 그리고 기후변화협약 가입 문제 등 민주, 공화 양당이 대립하고 있는 현안들이 많은데, 스펙터 의원의 합세로 민주당은 천군만마를 얻은 형세네요?

(답) 네, 민주당 지도부, 현재 표정관리를 하면서, 앞으로도 공화당과 협력해서 현안들을 처리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정책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이고요, 동시에 민주, 공화 양당간에 대립구도가 심해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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