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식량 배분을 맡았던 민간단체 요원들이 북한 당국의 요구로 철수한 지 한 달째가 됐습니다. 세계식량계획, WFP가 제한된 활동을 펼치고 있긴 하지만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이 전면 중단된 상황에서 북한의 식량난은 점점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문) 민간단체 요원들의 철수 이후 경과부터 먼저 전해주시죠.
답) 네, 북한 당국이 철수를 요구함에 따라 식량 배분을 담당하던 5개 민간단체 소속 요원 16명 전원이 지난 달 31일 철수했습니다. 5개 민간단체 대표를 맡은 ‘머시 코어’의 조이 포텔라 공보국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요원들 뿐만 아니라 식량 운반 차량과 관련 장비도 모두 철수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머시 코어’와 ‘월드 비전’, ‘조선의 기독교 친구들’, ‘글로벌 리조스 서비스’, ‘사마리탄스 퍼스’ 등 5개 단체는 지난 해 6월부터 미국 정부의 대북 지원식량 50만 t 가운데 10만 t의 지원을 맡아 자강도와 평안북도에서 배분을 담당했었는데요, 지난 달 말 이후로 자강도와 평안북도에서의 식량 지원이 전면 중단된 것입니다.
문) 세계식량계획, WFP를 통한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이 중단된 가운데서도 민간단체들을 통한 분배는 원활히 이뤄져 왔었는데요. 지난 한 달 간 다른 상황 변화는 없는 건가요?
답) 네,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 발사 전후로 북한 당국과 미국 정부 간의 추가 협상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로서는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전면 중단’상황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간 게 없습니다.
‘머시 코어’ 측은 미국 정부의 식량 지원에 참여해 온 각 단체는 10년이 넘게 북한과 일해왔고 북한에 대한 지원에 열성적이라며, 보건과 식수, 위생, 농업 등 각각의 계속되는 사업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머시 코어의 조이 포텔라 공보국장은 현재 북한 내 농장과 양어장, 감자 씨앗 지원 사업 등이 모두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지난 한 달 간 추가로 방북한 인원도, 앞으로 방북이 계획된 사람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단체들 역시 지난 달 31일 북한을 떠난 이후 정기 사업을 위해 최근 북한을 방문한 적이 없으며, 방문 계획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세계식량계획 WFP의 지원 상황은 어떤가요?
답) WFP는 미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중단된 이후 운영 상의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추가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데다 북한 내 비축량마저 크게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레나 사벨리 WFP 베이징 사무소 공보관은 최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 식량 지원 대상 6백20만 명 가운데 1백80만 명에게만 지원을 펼치고 있으며, 식량 지원량도 기존의 15%로 줄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WFP는 북한 사무소 운영에 있어서도 이중의 부담을 갖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의 지원식량 40만 t의 분배를 위해 추가 채용했던 국제요원들, 또 관련 시설들, 장비들의 비용 부담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문) WFP가 현재까지 추가 채용 요원들을 철수시키지 않고 관련 시설들도 그대로 두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답) 다시 미국 정부의 대규모 식량 지원이 성사될 경우, 현재 갖춰 놓은 시설과 인력을 다시 데려오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WFP 아시아 사무소의 폴 리즐리 대변인은 WFP는 여전히 미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재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즐리 대변인은 또 미국 외에 유럽과 호주 등 다른 나라들에도 식량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춘궁기까지 겹쳐 북한 당국의 배급량도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주민들의 식량 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비롯한 정치적 상황으로 당분간은 국제사회의 대규모 지원을 기대하기 매우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