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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북 중재 유럽연합 역할 제한적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미국과 북한 간 직접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과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온 유럽연합 EU가 양측 간 조정자 역할을 모색할 수 있으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지현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문)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세계 각국이 비난 성명을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유럽연합, EU도 미국과 함께 공동성명을 발표했었죠?

답) 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과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해 공동성명을 내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무시한 행동이라고 규탄했습니다. EU의 순회 의장국인 체코는 이어 지난 17일 의장국 성명을 통해 EU는 6자회담을 거부하고 국제원자력기구 IAEA와의 협력을 중단하며, 핵 시설을 원상복구하기로 한 북한 정부의 결정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EU 집행위원회의 베니타 페레로-발트너 대외관계 담당 위원은 북한의 로켓 발사와 핵 개발 문제 해결을 위해 미-북 간 직접대화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EU는 6자회담 등 북한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문) 그렇다면 로켓 발사 이후 북한과 미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현 상황에서 EU가 뭔가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답) EU가 6자회담 참가국이 아닌 이상 당장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랄프 코사 태평양 포럼 회장은 미국 정부가 북한과 직접대화를 강화할수록 다른 나라들의 역할은 점점 더 적어진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KEDO 정책고문을 지낸 로버트 칼린 스탠포드대학 연구원은 지난 8년 간 EU와 미국이 진지하게 공동으로 대북정책을 펼치기는 불가능했다면서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과 EU 측의 협력의 여지가 있음을 나타냈습니다.

또 이탈리아 밀라노대학의 악셀 버코프스키 교수는 민간단체 노틸러스연구소 기고문에서, 최근 북한을 둘러싼 상황은 EU와 미국이 북한 문제에 대해 함께 협력해 생각할 시간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EU가 미사일 등 정치외교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경제협력 사업들을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문) 하지만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은 철저히 경제적 이윤 추구를 위해서가 아니겠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유럽을 정치, 무역, 또 안보 면에서 미국을 대체할 만한 주요 대안으로 보고 있고, EU는 현재까지 경제적인 측면의 지렛대로서 긍정적 역할을 해온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버코프스키 교수 역시 미-북 관계에서 EU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이 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유럽 지역 기업들의 대북 투자가 매우 소액이고, 북한의 대외무역 전체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북한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요소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궁극적으로는 핵 문제가 해결돼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려야만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EU로서도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실제적인 이윤을 내야 다른 부문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 그렇다면 현재 유럽 국가들이 북한 문제에 대해 실제로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고 있느냐도 관건일 것 같은데요.

답) 네,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의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EU가 현 상황에 대해 큰 관심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경제 위기를 비롯해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은데다, 최우선 외교정책 순위는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지역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EU는 현재 너무 많은 회원국들을 한꺼번에 받아들여 통합정책에 있어 위기를 맞고 있어 북한 문제에 큰 관심을 쏟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프랭크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밀라노 대학의 버코프스키 교수 역시 EU 는 북한 문제에 개입하는 데 대한 관심이 거의 없고, 북한은 실제적으로 EU의 외교 관계에서 최하위 순위라고 말했습니다.

문) 그렇다면 핵 문제가 해결된 뒤 EU가 북한을 통해 경제적 이윤을 얻고, 그를 통해 장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할 수는 있을까요.

답) 그렇습니다. 버코프스키 교수는 현재로서는EU와 회원국들이 소규모 금융, 무역 등의 사업들을 통해 추진하려는 구조적인 개혁을 북한이 이행하는 데 관심이 있을 지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스런 부분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버코프스키 교수는 또 EU와 미국이 대북정책에서 협력하는 것은 전제조건이 충족돼 있지 못하기 때문에 아직은 논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 계획을 검증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성립된 뒤 그 이후의 상황에 대해 미국과 EU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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