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를 소재로 한 다큐멘타리 영화 ‘요덕 스토리’가 이달 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국제 인권영화 축제에서 상영됩니다. 최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전후한 정치 상황과는 별개로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다룬 영화들이 꾸준히 상영되고 있는데요,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럽 최대의 인권영화제 가운데 하나인 ‘원 월드 국제 인권영화 축제’에서 북한 내 관리소의 인권 유린 실태를 집중 조명한 ‘요덕 스토리’가 상영됩니다.
‘요덕 스토리’는 폴란드의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인 안드쩨이 피딕이 제작한 35분 길이의 영화로 지난 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학생 심사단이 선정한 `올해의 다큐멘타리상’을 수상하는 등 적어도 13개 국제영화제에 출품돼 여러 상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과 미국에서 큰 관심 속에 공연됐던 뮤지컬 ‘요덕 스토리’를 배경으로, 북한 관리소 출신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 정부의 심각한 인권탄압 실태를 고발하고 있습니다.
과거 동유럽 내 민주화의 봄을 주도했던 체코 정부가 적극 후원하는 ‘원 월드 국제 인권영화 축제’는 국제영화제에서 주목 받은 수준 높은 영화만을 엄선해 상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제에서 선정된 영화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 2천 6백개 학교에서 인권교육 시청각 교재로 사용되고 있어 북한 인권 문제를 지구촌 젊은이들에게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화제를 주최하는 체코 정부 문화국은 올해가 체코의 벨벳혁명 2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라며, 시민들의 평화적 시위로 민주화를 이룬 벨벳혁명의 정신을 이 행사를 통해 전세계에 전파한다는 계획입니다.
벨벳혁명을 주도하고, 지난 몇 년 동안 줄곧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 온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은 이 영화제 광고에 직접 출연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벨 전 대통령은 우렁차게 우는 갓 태어한 아기들 속에 산부인과 의사로 등장해, `20년 전 우리는 자유를 출산했다’며 `이제 당신의 차례’라는 말을 던집니다.
세계 7개 도시를 순회하며 열리는2009 `원 월드 국제 인권영화 축제’는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브뤠셀에서 열리며, 요덕 스토리는 30일 저녁 브뤠셀의 유럽연합집행위원회 (EC) 에서 상영됩니다.
한편 세계 최대 독립영화 축제인 선댄스 영화제에 경쟁작으로 출품됐던 다큐멘터리 영화 ‘김정일리아’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다음 달 3일과 4일, 6일 세 차례에 걸쳐 상영됩니다.
미국의 여류감독인 N.C 하이킨 씨가 제작한 이 영화는 다양한 배경을 갖고 있는 탈북자 13명의 증언을 통해 평화와 사랑, 지혜, 정의를 뜻한다는 `김정일화’ 이면에서 북한주민들을 상대로 얼마나 심각한 인권 유린 행위가 자행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오는 26일부터 미국 워싱턴에서 개막되는 제5회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도 상영될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탈북자들의 애환과 북한 정부의 인권탄압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주목을 받았던 한국 영화 ‘크로싱’이 이 달에만 미국 내 30여 개 도시에서 상영되고 있습니다.
미국 내 한인 2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북한 인권단체 ‘링크’는 지난 달에 적어도 10개 도시에서 ‘크로싱’을 상영한 데 이어 이 달에도 북동부 뉴욕과 코네티컷, 로드 아일랜드, 메사추세츠, 그리고 북부 미시건 주 내 30 개 도시에서 ‘크로싱’ 시사회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미국 내 여러 도시와 대학에서 크로싱 시사회와 북한 인권실태 설명회를 동시에 갖는 대대적인 풀뿌리 운동을 펼치고 있다며, 다음 달에도 최소한 10개 도시에서 행사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 5회 북한자유주간을 주최하는 북한자유연합의 수전 숄티 의장은 16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 상영은 북한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지구촌의 대중 문화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숄티 의장은 과거 미국 내 흑인노예들의 인권 문제가 ‘톰 아저씨의 오두막집’ 이란 소설을 통해 링컨 전 대통령 뿐 아니라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노예 해방에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영화가 대중의 마음을 열어 북한주민의 진정한 자유를 되찾는 데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