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이 현대아산 직원을 억류한 지 보름이 지난 오늘(13일)까지도 한국 측의 접견을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한국 정부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국제공조, 남북대화 추진 등 여러 방안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이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를 억류한 지 보름째를 맞아 그동안 자제했던 북측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에 나섰습니다.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은 13일 기자설명회를 통해 북측이 유 씨에 대한 접견권과 변호인 참관 등을 보장하라는 한국 정부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는 데 대해 비인도적 처사라고 비난했습니다.
“이와 같은 북한의 조치는 남북합의서와 국제 관례를 위반하는 매우 부당한 것입니다. 또 피조사자의 기본적 권리도 보장하지 않는 비인도적인 처사이기도 합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달 30일 북측이 유 씨를 탈북 책동과 체제비난 등의 혐의로 연행해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한 이후 남북한 합의에 근거한 북측의 사법권 인정 차원에서 접견권과 변호권 보장을 촉구하는 수준의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또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막힌 상태에서 석방을 위한 대북 교섭 통로로 현대아산과 개성공단관리위원회를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유 씨의 신변이 오리무중인 상태로 보름이 지나면서 한국 정부도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한국 정부는 북한의 조사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여러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부대변인은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 “필요하면 정부가 국제사회와 공조해서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지금의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지난 해 7월 아세안지역 안보포럼 때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의제로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국제사회 여론을 조성하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와 함께 북한과의 직접대화 추진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합의서를 보면 신변안전과 관련해서 엄중한 위반이 있을 경우엔 반드시 남북이 합의해 처리하도록 돼 있고 이 합의서의 적용 문제에 대해서도 남북이 협의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런 합의서의 이행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가지 방안들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를 비난하는 의장성명을 내려는 상황에서 먼저 북한에 당국 간 대화를 제의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한국 정부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한국 내에선 북한이 이번 사건을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해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 “남측 당국의 무능을 계속 확대하면서 나름대로의 남남갈등, 여기에 상당한 초점이 있는 것 같아요.”
현대아산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유 씨는 현재 개성공단 내에서 북측의 국가안전보위부 요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아산 조건식 사장은 지난 10일부터 매일 개성공단으로 출근해 억류 직원과의 접견을 시도하고 있지만 북측으로부터 유 씨의 신변과 건강은 보장하겠다는 답변만 듣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