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권운동과 노예제도의 산 증인으로 일컬어지는, 역사학자, 죤 호프 프랭클린(John Hope Franklin)이 노스 캐롤라이나주에서 26일 94세를 일기로 타계했습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역사학을 정식 학문분야로 정립한 개척자이자 저명한 학자였던 프랭클린은 미국역사의 중요한 부분인 흑인역사를 재발견하고 재고하도록 미국인들에게 자극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프랭클린박사의 학문적 생애를 회고해 봅니다.
죤 호프 프랭클린박사가 미국역사 조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1995년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가장 영예로운 상을 수상한데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1995년 당시, 빌 클린튼대통령은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여하면서, 미국남부의 아들, 죤 호프 프랭클린은 미국인들을 진실쪽으로 인도하는 미국의 도덕적 나침반이라고 찬양했습니다.
프랭클린은 늘, 역사를 직시하며,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인종 차별에 얽힌 숨은 이야기들을 발굴해 노예제도에 내재했던 속박의 실상을 기술한다고 밝혔다고 클린튼대통령은 지적했습니다.
1915년, 미국 중서부, 오클라호마주의 한 흑인거주마을에서 가난한 노예의 후손으로 태어난 프랭클린은 6살 나던해, 백인 폭도들이 인근 '털사'시의 흑인마을들을 불태우고 아버지의 변호사 사무실을 전소시키는현장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프랭클린은 성장하면서, 그 어린시절의 가슴아팠던 기억과 증오심을 가슴에 품지 않고 그대신, 배움에 힘쓰고 모든 면에서 월등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미국 흑인들의 진정한 삶의 현장을 전면에 부각시키게 되었습니다. 남부, 테네시주 내쉬빌에 있는 피스크 흑인대학을 우등졸업한 프랭클린은 명문 하바드 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그러나 경제공황기였던 당시, 학비를 감당할수 없어 고심하다가, 프랭클린은 모교인 피스크 대학교 역사학교수를 찾아갔습니다.
32세의 백인교수는 20세의 흑인학생을 돕기 위해 시내에 나가 500달라를 빌려 손에 쥐어주며, 돈 때문에 하바드대학교에 못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독려했다는 것입니다.
그후 1947년, 프랭클린은 지금도 역사학도들의 기본 참고서인 역작, '노예제도에서 자유로 (From Slavery to Freedom)'를 발표했습니다. 이 책은 300만권이상이 팔렸습니다. 때로 수정주의 역사로도 불리우는 이 책은, 노예들은 안일하고 무미건조하다는 통념을 지워버렸습니다. 이 책은 악명높은 남부에서 발생했던 노예 반란들과 흑인 남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알려지지 않았던 많은 업적들을 묘사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건국공신으로 독립 선언서를 작성했지만 노예들을 소유했던 토마스 제퍼슨의 어두면 면모도 폭로했습니다.
독립선언서에서 제퍼슨은 만인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기술 했지만 흑인들은 백인들의 삶의 방식을 논리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고, 또, 흑인들에게서는 냄새가 난다고 말하곤 했다는 것입니다.
1965년, 미국남부 알라바마주 셀마에서는 수도 몽고메리를 향한 자유를 위한 행진이 오랜 기다림끝에 마침내 시작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0년후 미국 공립학교들에서 흑백분리교육을 불법화 한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까지 그 이면에는 죤 호프 프랭클린박사의 막후 역할이 주효했습니다.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기 위해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백인들이 그렇게 많았다는 것입니다. 분노한 백인시위자들속에 진행된, 흑인들의 투표권쟁취 시위행진 선두에는 프랭클린박사등 여러명의 역사학자들이 나섰습니다.
프랭클린은 생전에 스스로를 상습적인 낙천가라고 묘사했습니다.
거의 70년간 교단위에 섰던 프랭클린은, 학생들이 자신이 못다한 사명을 이어받아, 사회의 강력한 힘으로 역사학을 새롭게 정립해 나가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역사는 사회의 병폐를 바로 잡아 나아가고, 결국에는 전세계를 변화시킬수 있는 건설적인 원동력이라는 것입니다.
프랭클린은 흑인역사학자라는 칭호를 정면으로 거부합니다. 자신은 모든 미국인들에 관해 연구함으로써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경험에 실체를 부여한 역사가로 불리워지고 싶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매년2월이 흑인여사의 달로 정해진 것에 대해서도 프랭클린 박사는 반론을 제기합니다. 단 한달이 아니라, 일년 열두달, 흑인들은 미국역사의 소중한 일부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