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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국경지역 취재는 늘 위험


미국인 기자들이 북한 당국에 의해 억류된 북-중 국경 지역은 항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곳이어서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현지에서 취재했던 언론인들과 조선족 관계자들은 지적합니다. 믿을 수 있는 안내인과 취재 금지선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인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북-중 국경 지역의 취재환경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문: 민감한 시기에 미국 기자 2명이 억류됐는데, 사건이 발생한 북-중 국경지역은 어떤 곳입니까?

답: 현장을 방문했던 언론인들과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어떤 목적을 갖고 방문하느냐에 따라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일반적인 관광 목적이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취재를 목적으로 한다면 중국과 북한 국경수비대의 감시와 체포 위험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겉보기에는 평온하지만 수많은 위험과 탈북자들의 아픔이 녹아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조선일보’는 이 곳을 취재한 다큐멘타리의 제목을 아예 역설적으로 ‘천국의 국경’ 으로 명명하기도 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참여했던 한용호 프로듀서의 말을 들어보시죠.

“워낙 알려진 관광지역이다 보니까 쉽게 생각하는데 그 다음에 또 다른 국경의 모습들을, 지역들을 촬영하려면 혼자서 가기에는 너무 위험한 곳이죠.”

문: 북-중 국경의 길이가 상당한 것으로 아는데 얼마나 되죠?

답: 미국 중앙정보국 CIA 자료에 따르면 총 1천3백16 km 에 달합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백두산을 기점으로 두만강과 압록강이 동서로 국경을 가르며 흐르는데요. 기자들이 자주 찾는 곳은 연길 등 연변조선족자치주 인근의 두만강입니다. 강폭이 좁고 탈북자들이 도강하는 지역이 몰려 있어서 주목을 받는 곳이죠.

문: 미국 기자들이 억류된 곳도 바로 두만강 지역인데요.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외국 언론들이 이 지역을 찾지 않았습니까?

답: 네, 지금 당장 구굴이나 야후 같은 유명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북-중 국경지역에 관한 정보를 찾으면 한국 뿐 아니라 많은 서방기자들이 현장에서 취재한 기사들을 어렵지 않게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식량과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지면서 북한주민이 어떻게 도강해서 중국으로 탈출하는지, 중국 내 탈북자들의 삶은 어떤지, 식량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어떻게 들어가고 밀수되는지 등을 취재하기 위해 기자들이 북-중 국경을 종종 찾는데요. 결국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습니다.

문: 억류 등에 대한 우려가 이미 있었다는 얘깁니까?

답: 그렇습니다. 억류 뿐 아니라 사실 중국 공안에 체포되거나 조사를 받고 강제추방될 위험도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북-중 국경지역 취재 자체가 대부분 중국 공안의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상 불법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정부는 민감한 사안을 이유로 국경 취재를 대개 허가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난 몇 년 동안 여러 외국 기자들이 관광비자를 받아 현장을 방문했고 큰 문제 없이 취재가 계속 이뤄졌습니다. 주위의 위험 경고와 달리 큰 문제가 없자 현장을 방문하는 기자들이 조금씩 욕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은 식상할 수 있기 때문에 참신한 소재를 찾거나 풍문으로 떠돌던 얘기들을 검증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을 종종 시도한 거죠.

문: 주로 어떤 시도들을 했습니까?

답: 앞서 소개해 드렸던 ‘천국의 국경’ 이 좋은 예인데요. 탈북자들의 입으로만 알려졌던 인신매매와 마약밀매 현장을 직접 카메라에 담아 주목을 받았었죠.

"조선일보 미디어팀의 한용호 프로듀서는 대개 안내인의 말을 따라 움직이지만 특정한 장면을 포착하면 참을 수 없는 것이 기자들의 생리라며, 자신도 그런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 북한 여자가 죽은 것을 제가 촬영했거든요. 두만강 얼었을 때인데 저도 하다 보니까 가까이서 찍고 싶더라고요. 두만강 중간이었잖아요. 저도 가이드한테 가 보자 해서 제가 욕심을 내서 간 적이 있어요.”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이 지난 해 현지 취재를 통해 보내드렸던 식량 밀수 현장 취재도 적지 않은 위험이 있었습니다.

기자 신분을 감추고 밀수선 근처에 다가가 밀수품 내역과 가격을 확인해야 하니까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밀수가 불법일 뿐 아니라 지역 폭력조직들이 다수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신분이나 녹음 장치가 발각되면 여러 위협에 직면할 수 있죠.

문: 그럼 이번 미국인 기자 억류 사건도 기자들이 무리를 하다가 사고를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겠군요.

답: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고 억류 기자들의 현지 취재를 지원한 한국 두리하나선교회의 천기원 목사는 말했습니다.

“모든 것이 (연길에서) 다 잘 끝났어요. 마무리까지 잘하고. 억류된17일 아침에 약속대로 단둥으로 가겠다고 내게 (전화로) 말한 뒤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에 특종 욕심에 진행을 했거나 그렇지 않으면 조선족이 돈 욕심에 갑자기 새벽에 일을 벌여 끌어들였거나 그런 것 같아요.”

취재를 마치고 사고 지역이 아닌 단둥으로 가겠다고 통보한 뒤 억류됐기 때문에 분명히 의혹이 있다는 것입니다. 천 목사는 미국 기자들의 조선족 안내인이 과거 마약 밀매를 주선하다가 북한 측에 억류된 경험이 있다며, 그가 북한 측에 매수됐거나 돈 욕심에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북한 측의 유인책에 넘어갔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얘기를 듣고 보니까 안내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군요.

답: 그렇습니다. 안내인은 단순히 길 안내 뿐 아니라 직접 차를 빌려 운전을 하는 경우도 많고 사람을 소개하고 장소를 주선하는 역할도 담당합니다. 안내인의 도움 없이는 사실상 취재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위험하죠. 2주 전에 북-중 국경지역을 다녀온 탈북자 인권운동가 팀 피터스 씨는 이번 억류 사건을 보며 중국 공안의 말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우려했습니다.

“피터스 씨는 공안이 소형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하려던 자신에게 변경 지역을 안내인 없이 혼자 다니면 북한 군인들이 기자로 생각해 강을 건너와 끌고 간다고 말했다며, 자신은 당시 이를 과장으로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 기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끌려갔는지 확인 할 수 없지만 관계자들은 믿을 수 있는 안내인을 만나는 것과 금지선을 지키며 취재하는 것이 안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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