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바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서의 미-북 관계 전개가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미국인 기자 억류 사건이 미-북 관계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미-북 관계가 좋아질 수도 있고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기자 억류 사태가 조기 석방, 특사 방북, 그리고 장기 억류 등 3가지 시나리오에 따라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북한이 억류된 ‘유나 리’ 기자와 ‘로라 링’ 기자를 조기에 석방하는 것입니다. 한국 `중앙일보’의 북한 전문 이영종 기자는 이번 일은 우발적 사건일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 당국이 사건 경위를 조사한 뒤 이 달 말께 풀어줄 공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기자들을 조기에 석방하는 등 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 앞으로 오바마 정부와 좀더 부드러운 관계와 양보를 받아내려 할 공산이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인 평화연구소의 존 박 연구원도 북한이 두 여기자와 중국인 안내원을 빨리 풀어 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북한의 핵 문제와 로켓 발사와 같은 정치적 사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만큼 하루 빨리 기자들을 풀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이 이번 억류 사건을 대미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최근 미국의 특사 방북을 거부한 데 이어 식량 지원도 거부했습니다. 또 미국과 한국 등 주변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를 기정사실화 하는 등 미국에 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활용해 미국의 특사를 평양으로 불러 사과를 받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13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었습니다. 지난 1996년 미국인 에번 헌지커 씨가 압록강으로 북한에 들어갔다가 북한의 국경경비대에 체포됐습니다. 헌지커 씨는 이후 특사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 빌 리처드슨 미 하원의원의 노력으로 석달 만에 풀려났습니다.
세 번째 가능성은 북한이 기자들을 장기 억류하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국가안전보위부가 조사와 처리를 담당하는데, 보위부는 지난 해 9월과 12월에 ‘외국의 정탐 모략 기관이 총동원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보위부가 두 기자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장기 억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영종 중앙일보 기자의 말입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북한의 국가안전보위부는 이미 지난 연말 외국의 정보기관들이 자신들을 염탐하고 김정일 위원장을 해칠 준비가 진행 중이라고 선전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을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는데 좋은 소재로 활용할 공산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기자들을 장기 억류할 경우 이는 북한의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검토 중인 새 정책에는 북한과의 직접대화는 물론 외교관계 수립,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마디로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된 미-북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우호적 관계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만일 미국 기자들에 간첩 혐의를 적용해 장기 억류할 경우 미국은 검토 중인 대북정책을 재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한반도 관측통인 스티븐 코스텔로 씨는 말했습니다.
"코스텔로 씨는 만일 북한이 기자들을 장기 억류할 경우 오바마 행정부가 준비 중인 대북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북한이 미-북 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기자들을 빨리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기자 억류 사태는 북한이 하기에 달렸습니다. 북한 수뇌부가 미-북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기자 억류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