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소식과 화제를 전해드리는 미국은 지금 시간입니다. 오늘도 김정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지난 주말부터 이번 주 초까지, 미국 언론들은 연일,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죠?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merican International Group), 즉 ‘AIG’사와 관련된 보도를 집중적으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AIG사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답) 네, 이 ‘AIG’사는 2008년 미국에 금융위기가 시작될 때부터, 뉴스에 많이 오르내리는 회사죠? 특히 이 회사는 지금까지 무려 1,73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돈을 지원받은 바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가 공적 자금을 지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돈으로 임직원들에게 보너스, 즉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문) 뉴스를 보니까, AIG사는 부실한 금융상품을 팔아서, AIG를 파산 위기로 몰고 간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한 부서의 임직원 400명에게 성과급과 퇴직금으로 무려 2억 2천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고 하더군요. 이중에서 5,500만 달러는 작년에 이미 지급됐고, 나머지는 오는 20일에 지급된다고 하는데, 공적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근근히 생존하고 있는 회사가 이렇게 보너스를 지급할 수가 있는 건지 이해가 안되거든요?
(답) 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지, 로렌스 섬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한 말을 들어보시죠.
(문) 섬머스 위원장,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한 계약이 이미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이 계약을 최소할 수는 없다, 만일 이 계약이 일방적으로 취소된다면, 직원들로부터 정부가 소송을 당할 수 있다라고 말하는군요. 그러니까, 성과급을 주기로 약속이 되어 있으니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공적 자금으로 이 보너스를 지급해야 한다는 말이겠죠?
(답)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지만, 문서로 된 계약을 중요시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특징을 볼 수 있는 사례죠?
(문) 이 AIG사는 이번 상여금 논쟁 말고, 지급받은 공적 자금의 사용과 관련해서, 이미 한차례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지 않나요?
(답) 네, AIG사는 작년 9월에 850억 달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천문학적인 돈을 지원받았는데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 돈의 상당수가 미국과 유럽의 다른 금융기관들에게 지급된 것이 알려져 물의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문) 구제금융이라면, 이 돈으로 회사를 살리라는 의미로 지급된 것인데, 이 돈을 다른 금융기관에 지급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답) 네, AIG사를 위기에 빠뜨린 원인은 바로 CDS, 신용디폴트스와프라는 금융 상품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집을 살 때, 일정 금액을 현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집을 담보로 잡아서 금융기관에서 돈을 꾸는데요, 이렇게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은 한자로 채권이라고 하죠? 집을 산사람에게서 돈을 받을 권리를 상품으로 만들어서, 이것을 금융기관끼리 사고 팝니다. 이런 상품이 요즘 미국 뉴스에서 많이 나오는 모기지 담보증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를 사고 파는 금융기관들은 혹시나 집을 산 사람이 돈을 못 갚으면 손해를 보니까,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 모기지 담보증권이 손해가 나면, 이 손해를 메꿔주는 상품을 삽니다. 이건 미래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판매되는 보험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는데요, 바로 이 상품이 신용디폴트스와프이죠.
(문) AIG사, 주택시장이 좋을 땐, 이 상품으로 그야말로 엄청난 돈을 벌었는데,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이 상품에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됐죠?
(답) 그렇습니다. 그동안 AIG사는 전세계 금융기관에 이 신용디폴트스와프를 팔았습니다. 그런데 이 상품은 손실이 발생하면, 이 손실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공적 자금을 받아다가, 이 돈의 반 이상을 신용디폴트스와프를 산 금융기관들에게 지급한거죠.
(문)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행위 아니겠습니까?
(답) 물론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투자은행이죠? 골드만 삭스나 모건 스탠리 같이 이미 다른 경로로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관들이, 신용디폴트스와프를 구매했다는 이유 때문에 AIG사에 주어진 자금을 재분배 받았다는 것이 먼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 회사의 재정상태를 개선시키는 데 들여가야할 돈이, 이번 미국 금융위기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파생금융상품의 뒤치닥거리를 하는데, 쓰여졌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받고 있습니다.
(문) 자, 이렇게 구제금융과 관련해 논란이 된 AIG사, 이번 성과급 지급문제로 현재 여론의 질타를 받고있는 거죠?
(답) 그렇습니다. 로렌스 섬머스 국가경제위원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문) 섬머스 위원장, 지난 18달 동안 미국에서 좋지 않은 일이 많이 일어났는데, 그중에서 이번 AIG사의 보너스 지급문제가 제일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하는군요?
(답) 그렇습니다. 이에 대한 백악관측의 반응,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는 표정인데요, 지난 16일에 드디어 오바마 대통령도 한마디를 했습니다.
(답) 오바마 대통령 이 AIG는 정말 무책임하고 탐욕스러운 회사라고 지적하면서,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이 성과급 지급을 막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 기자회견 중에 재채기를 했는데요, 자기가 너무 화가 나서, 목이 매여 재채기를 한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현재 백악관과 의회가 나서서 전방위로 AIG사를 압박하고 있고요, 최근에는 뉴욕주의 검찰까지 나서서 보너스 지급대상 명단과 보너스 지급의 근거를 제시할 것을 AIG사에 요구하고 나서, 이래저래, AIG사는 현재 곤혹스러운 위치에 처해있습니다.
(문) 아무리 계약서상으로 약속된 돈이지만, 국민의 세금을 받아서 상여금을 지급하는 행위는, 미국 국민들이 도저히 용납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미국 정부가 실제 법 집행과 국민 감정 사이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 주목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