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페루, 아이티, 말라위 등 식량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을 돕기 위한 30시간 기아체험 행사가 지난 달 미국 전역에서 열렸습니다. 이진희 기자가 국제 구호단체인 월드 비전이 주관한 이 행사에 참가했던 미국인 남매를 인터뷰했습니다.
워싱턴 인근 북부 버지니아에 사는 사라 슬라우와 마크 슬라우 남매에게 월드 비전이 주최하는 ‘기아체험 30시간 행사’는 낯설지 않습니다. 사라는 올해로 벌써 세 번째, 마크는 두 번째 참가했기 때문입니다.
30시간 동안 먹지 못하면서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다는 슬라우 남매는 기아체험을 통해 굶주림에 시달리는 전세계 어린 아이들의 처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기아체험30시간’ 행사는 참가자들이 30시간 동안 물 등 음료수만 섭취하면서 기부금 모으기, 자동차 세차, 바자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모금 활동을 벌이는 연례 행사입니다. 지난 달 28일과 29일 이틀 간 열린 올해 행사에는 미국 전역에서 10대 청소년 27만 5천 여명이 참가했습니다.
올해 15살인 사라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부모님이 월드 비전을 통해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어린이 각각 한 명씩을 후원하고 있어 월드 비전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3년 전 교회를 통해 ‘30시간 기아체험’에 대해 들은 뒤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라는 기아체험을 통해 외국의 굶주리는 어린이들을 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아체험과 함께 벌이는 각종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어 계속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라와 그의 12살 난 동생 마크는 기아체험에 앞서 교회 신도들을 대상으로 모금 활동을 벌여 1백 달러를 모았습니다. 기아체험 기간 중에는 각종 활동에도 참가했습니다.
사라의 활동은, 여러 색깔의 모자를 만들어 병원에 입원 중인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또 마크는 이웃들을 대상으로 식료품 모으기와, 45달러를 갖고 4인 가족이 2주 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구입하는 일에 참가했습니다. 마크는 특히 45달러로 많은 음식을 구입할 수 있었다며, 몇몇 사람들이 사흘만에 소비할 양으로 4인 가족이 2주 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고 말했습니다.
남매는 30시간 동안의 금식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사라는 몸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며, 특히 모자를 꿰매는 일에 집중하는 데 큰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크에게는 식료품점에 가는 것이 큰 곤욕이었습니다. 굶은 상태에서 많은 음식을 보는 게 쉽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마크는 또 모금 활동 중 차압 딱지가 붙은 집 몇 곳을 보고 최근의 악화된 경제 상황을 알 수 있었다면서,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부에 상당히 관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슬라우 남매는 기아체험을 통해 배가 너무 고픈 상태에서는 어떤 활동도 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사라는 언제 음식이 식탁에 놓이는지를 아는 자신들이 얼마나 운이 좋은지 알게 된 것이 이번 체험의 가장 큰 교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마크도 굶주림이 참기 어려운 일임을 배웠다며, 기아체험 내내 먹을 것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친구들과의 대화는 온통 먹고 싶은 음식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주제로 애써 바꾸려 해도 결국 다시 먹는 얘기를 하게 되더란 설명입니다.
쉽지 않은 30시간의 금식이었지만 사라와 마크는 앞으로도 계속 기아 체험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사라는 특히 48시간을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한편, 월드 비전은 다음 달 24일과 25일, 30시간 기아체험 행사를 한 차례 더 계획하고 있습니다. 4월 행사에는 약 17만5천 명 정도가 참가할 것으로 월드 비전 측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월드 비전이 올해 기아체험 활동을 통해 모으려는 금액 목표는 1,250만 달러로, 지난 달 행사와 미국 각지 교회와 학교가 개별로 벌인 기아체험 행사를 통해 현재까지 120 여만 달러를 모았습니다. 모금된 돈은 북한 등지에서 진행 중인 월드 비전의 인도주의 사업에 사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