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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인권이사회, 북한 인권 열띤 공방


유엔 인권이사회는 어제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으로부터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회원국들 간 열띤 토론을 벌였습니다. 이날 발언을 한 회원국들 중 절반 가량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지만, 나머지 나라들은 북한 등 개별 국가에 대한 인권 특별보고관 제도를 철폐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 10차 유엔 인권이사회는 16일 오후 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발표를 듣고 이에 대해 각국의 입장을 밝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문타폰 보고관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면서, 국제사회는 식량권과 기본적인 생필품 권리, 주민들에 대한 공개처형이나 고문과 같은 개인 안전, 기본적인 자유, 망명과 이주 문제 등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타폰 보고관은 “지난 해 북한에서는 식량의 절대량이 심각하게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접근도 매우 어려워지고, 주민들의 섭취량도 크게 줄었다”면서 “주민들에게 기본적 생필품을 적절히 제공하지 못하는 북한 당국은 장마당이나 뙈기밭 경작 등을 단속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문타폰 보고관은 특히 북한의 비극은 고위층 인사들이 대다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희생시키면서 자신들의 생존을 추구하는데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들 고위층은 절대 처벌받지 않으면서 인권 침해를 초래하는 환경 뒤에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한 외무성의 장일훈 국제기구과장은 “갖은 허구와 왜곡으로 가득 찬 문타폰 보고관의 보고서를 단호히 거부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일훈 과장은 “문타폰 보고관의 보고서는 미국의 대 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며, 인권을 정치화 하려는 유럽연합의 시도”라고 반박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존엄과 위신을 훼손하려는 정치적 계략의 문건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장 과장은 또 “이런 정치적 압력을 통해 우리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시도이며 큰 착각”이라면서, “우리의 우월한 인권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타폰 보고관의 발표와 이에 대한 북한 측의 답변 뒤 인권이사회 회원국들은 장장 1시간에 걸쳐 북한 인권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혔습니다.

이날 발언에 나선 20개국 가운데 11개국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강력히 성토했으며, 특히 지난 해 더욱 악화된 식량난과 탈북 난민들에 대한 처벌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제네바주재 스위스대표부의 뮤리엘 베르셋 인권 공사는 “북한 당국이 식량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고 있지 않는 데 대해 우려와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면서, “당국은 유엔 기구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주민들이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이성주 제네바주재 대사는 “탈북자들이 최초 탈출지나 경유지에서 겪는 끔찍한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련 국가들과 유엔 기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마크 스토렐라 제네바주재 미국 대리대사는 “북한 당국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관계를 정상화 하기 위해서는 인권 기록을 개선하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밖에 기타지마 신이치 제네바주재 일본대사는 “지난 8월 일본과 북한 간 실무자 협의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당위성과 방법에 대해 합의했지만, 북한은 이후 거듭된 일본 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합의 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과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은 개별 국가에 대한 특별보고관 제도를 철폐해야 한다는 북한 측의 주장을 적극 옹호했습니다.

제네바주재 중국대사관의 첸보 참사관은 “중국은 원칙적으로 개별 국가에 대한 인권결의안과 보고관 제도에 반대한다”면서 “이 같은 제도는 대상국의 인권을 향상하기 보다는 대결을 부추기고 관련 논의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습니다.

쿠바의 마리아 델 카르멘 헤레라 카시에로 대표는 미국의 부시 행정부 시절인 지난 2002년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하고 2004년 대북 제재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하면서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직이 생겼다며, 보고관제 신설은 정치 공세라고 주장했습니다. 카시에로 대표는 그러면서 이 같은 정치 공세는 인권이사회의 협력적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시리아, 라오스, 스리랑카, 수단, 러시아 등이 북한 측 주장을 옹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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