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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신분 미 거주 탈북자, 한국 방문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난민 지위를 받고 제3국에서 미국에 입국한 탈북자들 일부가 최근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달 말에는 다른 탈북자가 한국을 방문하는 등 가족과 친구들을 만나려는 미국 내 탈북자들의 한국 행렬이 이어지고 있어 주목됩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007년 태국을 통해 미국에 입국한 20대 탈북자 정 모씨. 중부의 한 중소도시에 정착해 열심히 살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늘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가득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친구들과 전자메일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정 씨는 미 이민국으로부터 여행증명서를 발급 받아 직장에 휴가를 내고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트레블 다큐먼트라구요, 여권을 대신하는 거죠. 미국 여권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출국했다가 들어오는 것을 허가해주는 거죠. 이민국에서.”

정 씨는 난민단체가 주선해 준 변호사의 도움으로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았습니다. 영주권이 없는 상황에서 난민이 해외여행을 할 경우 미국 재입국 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주위의 걱정이 있었지만 사정 얘기를 들은 변호사가 적극 도와줘서 큰 무리 없이 증명서를 받았다고 정 씨는 말합니다.

여행증명서는 북한 국적으로 여권이 없는 정 씨의 신원을 미국 정부가 보장하는 문서입니다. 국제 인권단체 쥬빌리 캠페인 워싱턴 지부의 차지윤 변호사는 미국에 거주하는 합법적 난민이면 여행증명서를 신청할 자격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합법적인 난민이나 망명자 지위를 갖고 계신 분들은 망명자 여행허가서나 난민 여행허가서를 신청하셔서 외국에 다녀오실 수 있구요. 미국을 떠날 때 꼭 신청해 받아야 다시 미국에 들어오실 때 문제가 없습니다.”

차 변호사는 그러나 여행증명서가 있어도 방문국이 비자를 발급하지 않거나 거부하면 입국이 불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정 씨는 다행히 샌프란시스코 주재 한국영사관을 통해 별다른 어려움 없이 비자를 발급받았습니다.

“한국영사관에 문의해서 비자 발급 받고 갔어요 난.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이죠. 우표하고 돈 하고 보내라고 해서 보냈더니 나중에 비자 붙여서 나한테 보낸 거죠.”

샌프란시스코 주재 한국영사관 관계자는 지난 12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정 씨에 대한 비자 발급을 확인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탈북자 여부에 관계 없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소지한 난민들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정 씨는 미국에서 한국 비자를 받은 두 번째 탈북자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미국을 출입국 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한국 입국심사 과정에서 별도로 잠시 조사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나 같은 케이스가 거의 처음이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가지고 공항에서 다른 오피스로 가서 조사받고 다른 곳으로 나갔죠.”

한국 땅을 처음 밟아 본 정 씨. 미국에서 자유사회를 경험하긴 했지만 북한의 인민군대 복무 시절 휴가를 받아 고향을 방문했을 때처럼 푸근함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 라는 기차도 타보고. 좋더라고요 정말. 많이 발전한 곳이고. 어이구 우리 북한하고 비교하면 천지 차이죠. 정말 고향에 온 느낌이었어요 그냥. 주변에 사람들이 다 한국말하구. 문화자체가 그러니까 고향에 온 듯이 마음이 편안한 것 있죠. 군대 있을 때 휴가 받고 고향에 간 기분이었어요. 물론 한국에 집과 엄마, 아빠가 없어서 그랬지 뭐 고향이나 같았어요.”

정 씨는 오랜만에 느끼는 푸근함을 더 느끼고 싶어 방문 기간을 일주일 연장했습니다.

“여행사에 전화해서 비행기 표 한 주일 더 연장했죠. 한 주일 더 놀고 오자고요. 하하”

정 씨는 한국에서 3주 동안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지만 자신이 꿈을 일구고 도전할 곳은 자신 스스로 결정한 미국이란 사실을 잊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좋아요. 일해야 먹고 살고 꿈을 펼치니까요. 돈이 많아서 먹고 놀 상황은 지금 아니잖아요.”

정 씨의 한국 방문 소식을 들은 다른 탈북자들도 한국행 문의가 부쩍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당장 이 달 말에 지난 해 영주권을 받은 김 모씨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고, 동부의 일부 젊은 탈북자들도 변호사들에게 한국 방문에 대해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에는 2월 말 현재 합법적인 탈북 난민 75명 이상이 살고 있으며, 이 중 10여명이 이미 영주권을 발급 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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