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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가인권위, ‘北 주민 인권 여전 열악’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주민 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에서는 탈북자들의 상당수가 공개처형이나 고문, 굶어 죽은 사람을 직접 본 적이 있다고 밝혀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는 11일 북한대학원대학교와 함께 지난 해 7월부터 올 2월까지 실시한 ‘북한주민 인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조사는 최근 2년 이내 탈북한 30명에 대한 심층면접과 한국에 있는 탈북자 정착지원 시설인 하나원 입소자 1백22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조사결과 북한주민들의 먹는 문제가 가장 심각한 위험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식량 배급이 규정대로 이뤄졌다’고 답한 사람은 응답자의2%에 불과했고, 응답자의 53%가 북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먹는 문제’를 꼽았습니다. 또 ‘굶어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있다’는 사람은 58%였고, 응답자의 83%는 ‘장사를 비롯한 자구책을 통해 의식주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습니다.

배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직장에 거의 출근하지 않거나 가끔 출근한 사람도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에 달했습니다.

출근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27%가 `식량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21%는 `장사를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조사를 수행한 북한대학원대학교의 이우영 교수는 “지난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만성적인 식량 부족으로 먹는 문제 뿐 아니라 다른 권리들도 침해 받는 경향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이로 인해 북한주민들은 시장 등을 통해 스스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게 돼, 장사를 할 능력이 없는 어린이와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은 더 큰 위협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식량난이 지속되고 북한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면서 식량 문제나 의료 문제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시장과 같은 일종의 자유경쟁 체제가 도입되면서 장사할 능력 있는 이들은 여력이 있지만, 신체적으로 약한 사회적 약자들은 먹고 사는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등 이른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북한의 극심한 식량난은 북한 아동들의 인권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은 대체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39%가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한다’고 답했으며, 26%는 ‘길거리에서 구걸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정치범에 대한 고문과 가혹 행위가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76%인 93명이 ‘공개처형 장면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교화소 등에서 고문이나 가혹행위가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78%나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공개처형을 자제하는 등 일부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사회 통제체제가 느슨해져 이로 인한 주민들의 일탈 행위가 늘어나고 있고, 2000년 이후 정치범보다는 부정부패나 살인, 마약 등 범죄를 저지른 사람으로 공개처형이 한정되는 추세를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우영 교수는 "국제사회의 압력이나 체제 이완으로 부분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변화라 볼 수 없다”며 “인권 분야별로 차별화된 정책을 만들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단순히 북한 인권을 총체적으로 하나로 보지 말고 세부적으로 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 혹은 압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들 식으로 구체적인 인권 별로 분리해서 정책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적인 지원의 경우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사회권리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국제적인 압박은 효과적인 수단을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총괄 팀 조영국 사무관은 “북한의 인권 개선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치범 수용소 등의 실태 조사를 계속해 나가겠다”며 “필요한 경우 한국 정부에 관련 정책을 권고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권위는 그동안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북한 인권 관련 실태 조사와 정책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미 올 3월에 탈북여성 탈북 및 정착 과정에서의 인권 침해 실태 조사와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와 강제송환에 관한 실태조사를 이미 공고를 낸 상황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번 보고서를 오는 11월로 예정된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UPR) 에 자료로 제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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