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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 뉴욕 친척에게 편지


함경북도에 살고 있는 북한 주민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고모부 앞으로 보낸 편지가 주소불명으로 배달되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이 최근 미주 한인방송을 통해 공개됐었는데요, 방송이 나간 뒤 편지의 수신인이 확인됐습니다. 이진희 기자가 자세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지난 1월 1일, 함경북도 부령 군에 사는 로 모씨가 미국 뉴욕에 사는 고모부 김중현 씨 앞으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여동생과 10년 넘게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최근 연락이 끊겨 아버지의 생사 여부를 알 수 없게 됐다며 고모부에게 소식을 전해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로 씨의 편지는 그러나 최근까지 고모부에게 전달되지 못했습니다. 받는 사람의 주소에 고모부가 살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편지는 주소지 부근에서 간이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인을 통해 미 동부지역의 한인 라디오 방송에 전해졌고, 이 방송은 지난달 말 로 씨의 사연을 전했습니다.

로 씨의 사연이 방송을 통해 전해진 뒤에 편지의 수신인인 고모부가 뉴욕의 한인 밀집지역인 플러싱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중현 씨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김중현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로 씨가 자신의 조카라고 확인했습니다. 김중현 씨는 지난 97년 평양에서 조카 로 씨를 직접 만났습니다. 로 씨의 다른 북한 가족들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김중현: “[기자/이 분의 고모부 님이 맞으신가요?] 예 맞습니다. 아들 셋 하고 어머니 하고 이북에 남아있죠. 이 사람이 장남인데, 다 이북에 있어요. (97년에) 평양에 국수공장을 차린다고 해서 제가 교회 대표로 갔습니다. 거기서 만났습니다.”

김중현 씨는 상봉 당시 로 씨에게 미국 뉴욕에 있는 자신의 식당 연락처를 주고 왔습니다. 그러나 이후 전혀 연락을 주고 받지 못했고, 그 와중에 가게를 옮기게 됐다고 김중현 씨는 말했습니다.

김중현: “명함을 하나 주고 왔는데, 우리 가게 주소하고 전화번호 입니다. 그런데 2001년 5월 31일 가게에 화재가 났습니다. 뉴욕에 대동면옥 이라고 있습니다. 서니 사이드에 있었는데, 거기 명함을 주고 왔는데, 거기가 불이 나서 외국사람이 현재 거기서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옮기고 해서 이제 대동면옥은 안하고…”

로 씨의 편지를 건네 받은 한인 라디오 방송의 김준한 PD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편지 주인을 찾지 못한 집배원이 근처에서 간이 식당을 운영하는 한인에게 무작정 편지를 주고 갔다고 밝혔습니다.

김준한: “이 동네를 관할하는 집배원이 그 주소에 편지를 가져다 놨더니 그 주소에 사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 없다며 반송을 시켰다고 합니다. 편지에는 한글이 써 있었고, 또 델리 주인이 한국인인 것을 알아서 무조건 델리 가게로 편지를 가져왔습니다.”

식당 주인은 친구와 함께 식당에 온 김 PD에게 주인을 찾아달라며 편지를 전했습니다.

로 씨의 고모부 김중현 씨는 편지에서 언급된 미국에 사는 여동생의 소식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로 씨가 애타게 찾는 아버지는 생존해 현재 서울에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올해 75살인 김중현 씨도 16살에 혈혈단신 남쪽으로 내려온 이산가족입니다. 김중현 씨는 그러나 북한 가족들의 소식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는 김중현 씨처럼 북한에 가족을 두고 온 이산가족이10만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는 비공식 경로로 북한 내 가족들과 편지왕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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